“대놓고 오는데 피할 수 없다는 느낌이 드는 설계였다. 본받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저 역시 (그런 플레이를)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너구리’ 장하권이 1세트를 떠올리며 쓴 웃음을 지었다. 그는 승리를 거두고도 상대팀의 강점에 대해 하나하나 또렷하게 기억을 떠올렸다.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된다.
장하권이 활약한 담원은 27일 서울 강남구 프릭업 스튜디오에서 진행된 2018 KeSPA컵 2라운드 8강에서 SKT를 2대 1로 꺾었다. 이로써 담원은 준결승에서 그리핀과 만나게 됐다.
경기 후 만난 장하권은 “이기는 순간에는 사실 믿기지 않았다. 지금에서야 이긴 게 조금 느껴진다”면서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날 장하권은 냉탕과 온탕을 오갔다. 1세트부터 집중견제의 대상이 됐다. SKT의 무자비한 십자포화에 10분이 넘어가기 전 4데스를 허용했다.
당시를 회상한 그는 “경기에 앞서 견제를 당할 거란 생각은 했다. 그래도 1세트 때는 (팀원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평소에 제가 문제가 있는 걸 알면서 해결을 하지 않은 게 여기에서 터졌다. 너무 쉽게 죽었고, 상대가 약점을 잘 팠다”고 스스로를 냉정하게 분석했다.
또한 “SKT가 우르곳을 골라 저에게 끊임없이 갱킹 압박을 하고, 상체 주도권을 바탕으로 경기를 굴리겠다는 생각을 한 것 같다. 빅토르는 특히 갱킹에 열악하다. 그래서 2세트부터는 조금 더 갱킹 회피력이 높은 챔피언을 고른 것 같다. 원거리 파밍하면서 갱킹을 안 당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이날 라인 맞대결을 벌인 ‘칸’ 김동하에 대해서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숨 막히게 압박을 잘 한다. 질식사할 뻔했다. 라인 오는 것 먹고 버티는 것밖에 할 게 없었다. 팀원들에게 ‘나 (라인에서) 못 나갈 것 같아. 곧 다른 라인에 우르곳이 갈거야’라는 말을 팀원들에게 했다”고 당시의 급박한 상황을 설명했다.
그는 2, 3세트에서 아트록스와 블라디미르를 골랐고, 번뜩이는 교전 능력으로 승리의 선봉장 역할을 했다. “2, 3세트 픽은 후반가면 지지 않는 조합이다”고 평가한 장하권은 “일단 죽지 말자는 생각으로 했던 것 같다. 어떻게 이겼나 싶지만 한편으로는 우리가 좋아하는 조합으로 이기니깐 자신감이 생겼다”고 밝혔다.
이번 시즌부터 합류한 김정수 코치에 대해 “챔피언의 승률을 정리해서 우리가 어떤 조합을 했을 때 자신감을 얻을 수 있는지 찾아주신다. 그걸 데이터화해서 밴픽이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 상대인 그리핀에 대해서도 그는 확실하게 존중했다. “진짜 잘하는 팀이다. (탑 라인에서 만날) ‘소드’ 최성원 선수가 팀적으로 정말 잘 움직이고, 팀과 잘 어우러진다. 오늘 경기만 봐도 그렇다. 5대5 전투에서 환상적이다. ‘소드'가 아닌 ’그리핀‘을 조심해야 될 것 같다”고 경계했다.
물론 이번 대회에 대한 야망은 확실했다. 장하권은 “SKT를 이기니깐 우승하고 싶어졌다. 욕심이 난다. 우승까지 바라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