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6일(현지시간) 이라크 바그다드에 있는 미군부대를 깜짝 방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분쟁지역을 찾은 것은 취임 후 처음이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크리스마스인 25일밤 워싱턴DC 근처 앤드루스 공군기지에서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 원을 타고 이라크를 향해 떠났으며, 26일 저녁 바그다드 서부 알아사드 미 공군기지에 도착했다. 부인 멜라니아 여사와 존 볼턴 국가안보보좌관이 동행했지만 ‘시리아 철군’ 갈등 끝에 사임한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은 보이지 않았다.
이번 방문은 보안을 감안해 극비리에 진행됐다. 당초 트럼프 대통령은 플로리다주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크리스마스를 보낼 예정이었으나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으로 워싱턴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알아사드 공군기지 연설을 통해 일주일 전 자신이 서명한 시리아 미군 철군이 옳은 일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더 이상 바보가 아니다”라며 “많은 이들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라크를 이슬람국가(IS) 공격 거점으로 삼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라크는 IS 공격기지로 사용될 수 있다”며 “이라크에서 매우 빠르고 강력한 공격이 가능하기 때문에 그들은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도 모를 것”이라고 자신감을 드러냈다. 이라크 내 미군 5000여명을 철수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도 했다.
뉴욕타임스는 이라크를 IS 공격 거점으로 삼겠다고 한 트럼프의 발언이 향후 미국의 대 IS 전략의 일면을 보여준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군이 시리아에 주둔하면서 영국과 프랑스 등 동맹국과 작전을 펴는 게 아니라 이라크에 거점을 두고 ‘기습 작전’을 감행해 IS를 무력화하겠다는 구상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리아에서 미국의 임무는 IS의 군사 거점을 제거하는 것이지 국가 건설이 아니다”라며 “다른 부유한 국가들이 짐을 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