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헬멧 잘 안 쓰는 노년층…“뇌손상 위험 3배”

입력 2018-12-27 10:33 수정 2018-12-27 10:48

자전서 사고시 헬멧 보호 효과는 젊은층 보다 노년층에서 두드러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인들이 헬멧을 쓰지 않고 자전거를 탈 경우 뇌손상을 입을 위험은 착용시 보다 3배나 높았다.

지난 9월 자전거 헬멧 착용 의무화법이 시행되면서 일부에서 “자전거 헬멧 착용을 의무화한 것은 탁상행정의 산물”이라며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는 가운데 나온 연구결과여서 주목된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의학과 차원철 교수, 김태림 임상강사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6년 사이 전국 8개 응급의료기관에서 자전거 사고로 치료받은 7181명을 대상으로 연구한 결과 이 같이 분석됐다고 27일 밝혔다.

연구팀은 이들 환자를 헬멧 착용과 비착용자로 구분한 다음 다시 20세 이상 65세 이하 청장년층(5928명)과 66세 이상 노년층(1253명)으로 나눴다.

그런다음 헬멧 착용에 따른 효과를 보고자 직접적 보호 대상인 머리에 충격이 가해져 생기는 외상성 뇌손상(TBI)이 있는지 살피고, 심각한 후유장애나 사망 등이 뒤따랐는지 확인했다.

그 결과 헬멧 착용에 따른 이점은 청장년층이나 노년층 모두에서 확실했다. 나이와 상관없이 헬멧 착용만으로 외상성 뇌손상 위험은 28%, 치명적 부상 위험은 20%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런 효과는 66세 이상 노인들에게서 더 뚜렷했다.

노년층의 외상성 뇌손상 발생율은 헬멧 미 착용시 14.5%로 청장년층 7.9% 보다 높았다. 헬멧 착용자에 비해 미착용자의 뇌손상 발생율도 66세 이상 노년층에서 3배 가량 높았다(4.9% VS 14.5%). 반면 청장년층(20~65세)의 경우 차이가 적었다(5.9% VS 7.9%).

사고의 경중 역시 마찬가지였다. 후유장애로 이어졌는지를 추적한 결과 노년층에서 헬멧을 쓴 경우(17.1%) 후유장애 발생율이 미착용자(34.8%)의 절반 정도에 그쳤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나이 들수록 헬멧을 덜 쓰는 경향이 나타났다. 헬멧 착용률은 35세 무렵 정점을 찍은 뒤 내리막 추세를 보이다 65세 이후에는 20대 보다도 착용률이 낮아졌다.

실제로 자전거 사고를 겪은 노년층을 보면 헬멧을 안 쓴 사람의 평균 나이가 73.7세로 쓴 사람(70.8세) 보다 많았다. 해외 사례를 보면 젊을 때 헬멧을 쓰지 않다 나이가 들면서 헬멧 착용률이 증가하는 게 일반적이다.

차원철 교수는 “노인들은 자전거를 탈 때 안전에 각별히 유의해야 하지만 젊은 사람보다 헬멧 착용률이 낮다”면서 “자전거를 즐기는 인구가 계속 늘고 있는 만큼 보호 효과가 큰 노인을 우선으로 헬멧 착용 문화가 확산되도록 정책적 배려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