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1년, 서지현 검사가 돌아본 2018년 “꿈이었으면”

입력 2018-12-27 10:29
뉴시스

라디오에 출연한 서지현 검사가 2018년을 돌아보며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27일 오전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는 검찰 성 추문을 내부고발해 ‘미투’ 운동을 촉발한 서지현 검사가 출연했다고 뉴시스가 보도했다.

서 검사는 “2018년을 한 단어로 표현해달라”는 김현정의 요청에 “꿈 같다”고 답변했다. 그는 “아직도 꿈꾸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고 또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며 “뜻하지 않게 굉장히 시끄럽고 유명한 사람이 됐지만 평소에 바라던 삶은 고요하고 평온한 삶이었다. 후회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꿈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여전히 한다”고 밝혔다.

김현정은 “세상에 문제를 제기한 게 1월이고, 1년이 지난 지금 재판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냐”고 물었다. 서 검사는 “재판이 계속되고 있지만 심리는 다 종결됐고 판결 선고만 남겨놓고 있다”며 “무죄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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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 검사는 2015년 검찰 인사 때 안태근 전 검사장에 의해 통영지청으로 전보됐다. 안 전 검사장은 2010년 10월 30일 한 장례식장에서 서 검사의 허리와 엉덩이 등을 더듬는 성추행을 저질렀고, 안 전 검사장은 이 사실이 알려질까 서 검사에게 인사 불이익을 준 혐의로 기소됐다. 1심 선고는 내년 1월 23일로 예정돼있다.

김현정은 또 “며칠 전 방송에 대한항공 박창진 사무장이 출연하셨다”며 “두 분이 사적으로 몇 번 만났다는 게 사실이냐”고 물었다. 서 검사는 “저희가 처음 만났을 때 사무장님이 얘기를 하시면 제가 울고, 제가 얘기를 하면 사무장님이 울었다”면서 “저희가 너무 다른 곳에서 너무 다른 일을 겪었지만 그 후에 가해지는 2차 가해나 음해, 내부의 괴롭힘 등은 거의 유사했다”고 밝혔다.

이어 “얼마 전에 이토 시오리라고 일본에서 '미투'를 했던 여기자를 만났는데 우리가 너무 똑같았다”며 “시오리 기자는 이제 겨우 28살 정도고 나와 16살 이상 차이가 난다. 다른 나라, 다른 직업을 가진 다른 나이대의 여성인데 성폭력 이후 겪은 일이 똑같았다. 꽃뱀 소리를 듣고 조직과 국가의 수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이 문제는 공간과 시간을 초월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 검사는 “여성분들을 뵈면 제 손을 잡고 ‘너무 힘들었는데 대신 이야기해 줘서 고맙다’며 눈물을 흘리시는 분들이 많다”며 “2018년 의미 있는 변화가 있기는 했지만 시작에 불과하다. ‘미투’는 ‘성폭력에 대해 폭로하자’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여성, 약자라는 이유로 성폭력을 가하지 마라. 우리도 인간답게 살고 싶다’는 선언이다. 이것은 시작일 뿐이고 출발점일 뿐”이라고 말했다. 또 “정말 여성들이, 약자들이 겪는 일상의 공포와 고통에 대한 공감, 그리고 똑같은 인간으로서 누구나 인간답게 살아가야 할 권리가 있다는 것에 대한 동의가 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서 검사는 새해 소망으로 ‘고요해지는 것’과 ‘행복해지는 것’을 꼽았다. 그는 “이토 시오리랑 만났을 때 둘이 ‘우리는 행복해지자’고 다짐했다”며 “우리가 행복해져야 많은 사람들이 더 큰 용기를 낼 수 있기에 그 약속을 지켜나가려고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현지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