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간도의 십자가’는 1919년 당시 인구의 1.5%에 불과했던 기독교인들이 어떻게 3‧1운동에 가장 큰 기여를 했는지 국내외 학술기관의 다양한 연구 자료를 기반으로 분석했다. 특히 100년 전 북간도(중국 지린성 옌볜 조선족 자치주 일대)’ 지역에서 시대와 호흡하며 신앙을 실천하려 했던 기독교인들에 주목했다.
방송은 3‧1운동 이후 가장 큰 만세운동이었던 ‘용정(龍井) 3‧13 만세운동’과 장암동교회 등에서의 희생, 뒤를 이은 항일 무장 투쟁 그리고 이를 가능케 했던 북간도 기독교 공동체를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CBS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아 민족을 위해 모든 걸 바친 기독교 독립운동가들의 이야기를 제대로 짚어내기 위해 고심했다.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는 이번 다큐의 역사적 고증과 새로운 발굴에 크게 기였다. 명동촌 등 북간도 기독교 공동체 지도자로 활동했던 규암 김약연 목사는 ‘간도 대통령’이라는 별칭을 얻었을 정도로 기독교 독립운동사에 큰 족적을 남긴 인물이다. 다큐에서는 ㈔규암김약연기념사업회 측이 오랜 시간 북간도 연구를 통해 입수한 다양한 유적과 사료들이 최초로 공개된다.
여기에 이만열(前 국사편찬위원장) 윤경로(前 한성대 총장) 서굉일(한신대 명예교수) 이덕주(前 감신대 교수) 등 교계와 학계를 아우르는 사학자들이 자문진으로 참여해 다큐의 완성도를 높였다. 북한 및 김일성 연구의 최고 권위자인 미국 하와이대 서대숙 명예교수(1931년 북간도 용정 출생)도 출연해 일제 강점기 북간도에 대한 생생한 증언을 전한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아울러 한국기독교3‧1운동100주년위원회(NCCK‧YMCA‧YWCA 등),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총회, 한국기독교장로회총회, 한신대학교 등 기독교계 다양한 기관 및 전문가들과의 협력 속에 제작됐다.
다큐에서는 또 시간과 공간을 넘나들며 역사와 실존을 연결하는 새로운 실험이 선보인다. 제작진은 ‘3‧1운동’이라는 역사적 뼈대 위에 두 남자의 스토리를 덧입혔다.
북간도 출신의 마지막 생존 인사 문동환 목사(1921년생)와 젊은 역사학자 심용환 작가의 시선을 교차하며 북간도 항일 독립운동의 스토리를 추적하는 것이다. 병상에 누워 있는 문 목사가 회고하는 장소를 심 작가가 직접 찾아간다. 그리고 심 작가가 북간도 현지에서 느끼는 감동과 질문에 문 목사가 화답한다. 3‧1운동을 주제로 50년 넘는 나이 차이와 시공간을 넘어서는 두 남자의 버디(buddy) 다큐멘터리가 펼쳐지는 것이다.
두 남자는 직접 만나기도 하고 따로 떨어져 있기도 하면서 각자의 3‧1운동을 이야기한다. 시간과 장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때론 심 작가가 문 목사가 되어 북간도를 거닐기도 하며 때론 문 목사가 심 작가를 통해 3‧1운동의 기독교적 의미를 전하기도 한다.
내레이션은 심 작가와 배우 문성근이 맡았다. 문익환 목사의 아들이자 다큐멘터리의 주인공 문동환 목사의 조카인 문성근은 병상의 작은 아버지로 빙의(憑依)해 열연을 펼쳤다. 또 다큐멘터리 사상 최초의 반말투(99세 老목회자의 시점) 내레이션은 시청자들에게 색다른 감동을 제공할 것이다.
문성근은 “단순히 제 아버지(문익환 목사)의 이야기를 다루거나, 작은아버지(문동환 목사) 역할로 목소리 연기해달라는 제안을 받아서 다큐멘터리에 참여한 것은 아니다”라면서 “3.1운동 100년에 명동촌(村) 기독교를 점검하는 건 아주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다. 북간도의 기독교는 독립운동의 기지 같은 기능을 많이 했다. 그래서 만사 제치고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북간도의 십자가’는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 기념사업추진위원회’ 공식 후원작으로 2018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방송통신전파진흥원 제작 지원작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