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증평 모녀사건’ 이후 발표된 정부 ‘위기가구 발굴 대책’, 결국 무산

입력 2018-12-27 09:44
괴산경찰서는 4월 6일 충북 증평의 한 아파트에서 세 살 배기 딸과 함께 숨진 40대 여성이 극단적인 선택을 한 배경이 남편과 사별한 뒤 신변을 비관했거나 평소 심각한 우울증을 앓았을 가능성에 초점을 두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정부의 복지위기가구 발굴 대책 최종안에 ‘신고의무자 확대’와 ‘건강보험료 체납 기준 완화’ 관련 내용이 빠진 것으로 확인됐다. ‘증평모녀사건’을 계기로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를 신고의무자에 포함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결국 무산된 것이다. 복지 사각지대 발굴에도 한계가 있을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26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 4월 충북 증평군에서 생활고를 이유로 극단적 선택을 한 모녀가 숨진 지 두 달여 만에 발견된 사건이 발생한 이후 복지부는 ‘복지위기가구 발굴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7월 발표된 대책에는 경찰 및 복지기관 종사자로 돼있는 신고의무자에 ‘공동주택 관리자’를 포함하고, 건보료 체납 가구 기준을 ‘월 5만원 이하의 6개월 이상’ 체납 가정에서 ‘월 10만원 이하의 3개월 이상’ 체납 가정으로 완화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내년 3월 시행되는 대책에 이 내용은 담기지 않았다. 복지부가 신고의무자에 공동주택 관리사무소를 포함시키려 한 건 신고 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반주택과 달리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수도나 전기요금은 전체 관리비에 포함되기 때문에 요금이 밀려도 실제 단전·단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이런 이유로 복지부는 공동주택 관리사무소가 관리비 체납정보를 해당 지방자치단체에 알리는 방안을 검토했다. 수도·전기요금 체납 사실은 일종의 개인정보여서 관리사무소 입장에선 자발적으로 지자체에 체납 정보를 제공하기 부담스러운 측면을 고려해 관리사무소를 신고의무자에 넣으려 했던 것이다. 신고의무자에 관리사무소를 포함시키는 것뿐만 아니라 ‘연계 정보의 입수 기준 완화’를 이유로 추진하려 했던 건보료 체납 기준 조정도 실현되지 않았다. 현재 정부는 월 5만원 이하의 건보료가 부과되는 가구를 대상으로 2개월에 한 번씩 체납 여부를 확인해 지자체에 명단을 통보하고 있다. 복지부의 당초 계획은 이 금액을 월 10만원 이하로 조정하고 체납으로 판단할 기준도 종전 6개월 이상에서 3개월 이상으로 바꾸는 것이었다.

복지부 관계자는 대책에 관련 내용이 빠진 것과 관련해 “법령 개정 사안이라 법안 형태를 어떻게 할지 결정하는 등 시간이 다소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다만 복지부는 관리사무소에서 임대료·관리비 체납 등 고위험 가구를 신고할 수 있도록 공동주택 전산관리시스템과 복지부 산하 보건복지 정보 수집·제공 기관인 사회보장정보원의 연계는 추진할 계획이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