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적(無籍) 신분이다.
엄청난 거액이 오가는 FA 협상에 모두가 신경이 쏠린 사이 아직도 새로운 팀을 찾지 못한 베테랑 선수들이 있다. 특히 사실상 올해가 저물어감에 따라 이적 가능성은 점점 줄어들고 은퇴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이제는 여론의 관심도 거의 없다. 장기간 국내에서 활동했던 베테랑 외국인 선수들도 비슷한 처지에 내몰려 있다.
가장 최근 소속팀을 떠난 선수는 SK 와이번스 이성우(37)다. SK는 이성우에 프런트 자리를 제안했지만, 이성우는 현역 연장 의지를 밝히며 새로운 둥지를 찾아 나섰다. 1군 경험이 많은 포수 자원이 귀하기에 이성우의 재취업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아직 소식은 들려오지 않는다.
박정진(42)은 역시 스스로 방출의 길을 선택했다. 그는 20년간 몸담았던 한화 이글스에서 은퇴를 하고 싶었다. 그러나 한화는 박정진에게 손을 내밀지 않았다. 올해 1군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기에 다른 팀이 선뜻 나설리도 만무하다. 새로운 길을 모색해야할 순간이 다가오고 있다.
더욱 힘든 이들은 타의로 팀을 떠나야했던 베테랑들일 것이다. KIA 타이거즈에서 방출됐던 임창용(42)은 두달이 넘도록 새로운 팀을 구하지 못하고 있다. 방출 초반 돈보다는 아름다운 은퇴를 원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지만, 그 어디에서도 임창용 관련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올해 FA자격까지 취득하고도 권리 행사를 스스로 포기했던 이명우(37). 방출의 칼날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17년간 몸담았던 롯데 자이언츠에서 떠나 지금은 무적 신분이다. 7년만의 재기, 그리고 또다시 부상을 당하며 롯데에서 방출된 조정훈(33) 역시 행선지를 찾지 못했다. KT 위즈에서 방출된 김사율(38)의 경우 해외리그까지 모색해봤지만 여의치 않아 새로운 인생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선수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KBO리그에서 8년간 활동했던 ‘한국형 외국인’ 선수 더스틴 니퍼트(37)도 아직 팀을 구하지 못했다. NC 다이노스와 넥센 히어로즈에서 6년을 뛰었던 에릭 해커(35)도 애절한 구직 활동을 전개하고 있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