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저녁에 시간되는교? 같이 밥 한끼 합시다.”
지난 24일 오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담당자에게 기다리던 전화가 걸려왔다. 특유의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전화 속 주인공은 매년 이맘때쯤 찾아오는 ‘키다리아저씨’다.
이날 저녁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과 김용수 모금팀장, 김찬희 담당자는 대구 동구 한 매운탕집에서 키다리아저씨 부부를 다시 만났다. 키다리 아저씨는 이번에도 1억2000만원짜리 수표가 든 봉투를 건넸다.
27일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따르면 키다리아저씨는 올해도 약속을 지키기 위해 매월 1000만원 씩 12개월 동안 적금을 했고 이자까지 기부했다. “혼자의 나눔으로는 부족하다”며 “더 밝고 따뜻한 우리 사회를 위해 많은 시민들이 나눔에 참여할 수 있는 방법들을 찾아달라”는 부탁도 함께 전했다.
60대 키다리아저씨는 2012년 1월 1억원을 기부하며 나눔을 시작했다. 이후 매년 1억2000여만을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익명으로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기부한 금액은 9억6000여만원으로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의 역대 누적 개인기부액 중 가장 많은 액수다. 하지만 자신이 누구인지 절대 밝히지 않아 키다리아저씨라는 별명이 붙었다.
키다리아저씨와 함께 온 부인은 “남편이 어릴 때 꼭 공부를 하고 싶었는데 형편이 어려워 학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래서 남들을 돕는데 더 앞장서는 것 같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3평도 안 되는 단칸방에서 시누이와 함께 결혼생활을 시작했다”며 “아직도 갖고 싶은 것들이 많지만 꼭 필요한 것들은 다 가졌기에 나머지는 나누고 싶다”고 전했다.
이희정 대구사회복지공동모금회 사무처장은 “올해도 잊지 않고 거액의 성금을 기부한 키다리아저씨에게 대구의 소외된 이웃을 대표해 고마움을 전한다”며 “기부자의 뜻에 따라 소중한 성금을 대구의 소외된 이웃들에게 잘 전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대구=최일영 기자 mc10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