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 28개 회원국이 최근 2030년까지 상용차 이산화탄소 배출을 30% 감축하는 데 합의했다. 당초 유럽의회가 제시한 배출가스 감축량은 40%였으나 EU 회원국 환경부 장관들은 자동차산업이 발달한 독일, 스웨덴 등의 의견을 수렴해 감축비율을 이같이 조정했다.
상용차 배출가스 규제를 도입하면서 EU는 2030년까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을 40% 감축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는 데 한 걸음 다가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상용차업계는 이같은 규제가 아직은 부담스럽다는 분위기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반드시 친환경 운송수단이 도입돼야 한다는 데는 동의하지만 비용이나 일자리 문제가 우려스럽다는 것이다.
버스와 같은 대중교통수단의 경우 정부 지원이 뒷받침되지만 기업들은 상용차를 친환경 이동수단으로 교체할 경우 새로운 기술개발 및 장비 도입에 많은 비용을 들여야 한다. 폭스바겐의 상용차 브랜드 ‘만’ 등은 EU 당국의 이산화탄소 배출 감축안이 전통적인 일자리 수만 개를 없앨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간 자동차업계는 이산화탄소 감축 비율을 최대한 낮추려는 입장이었다. 유럽자동차협회(ACEA)는 배출가스 삭감률을 EU안의 절반 정도로 낮추기 위해 로비활동을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상용차를 친환경차로 바꾸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려는 흐름은 앞으로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오는 2029년까지 모든 신규버스를 이산화탄소 무배출차로 도입하고, 2040년까지 모든 대중교통수단을 이산화탄소 무배출차량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 캘리포니아주 대기자원위원회(CARB)는 “지역의 고질적인 대기오염 문제로 주민들에게 천식 등 건강문제가 발생하면서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상용차업계도 이같은 흐름에 따라 새로운 동력의 트럭 개발에 하나둘 나서고 있다. 스카니아는 스웨덴의 수소전지업체 및 트럭 부품업체와 손잡고 수소연료전기 트럭을 개발해 이르면 내년 말 출시할 예정이다. 현대자동차도 지난 9월 독일 하노버에서 수소전기트럭 개발 현황과 이미지를 공개했다. 볼보트럭은 기존 차량 대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줄이고 디젤 차량과 동일한 수준의 연비와 주행 성능을 갖춘 액화천연가스(LNG)트럭을 개발하는 데 성공해 지난달 국내에 선보였다.
피터 하딘 볼보트럭 인터내셔날 상품기획 총괄이사는 LNG트럭을 공개하면서 “디젤의 대안으로서 천연가스가 즉각적인 이산화탄소 저감 효과를 가져오며 향후 최소 20~30년간의 장기적 해결책이 될 가능성이 가장 크다고 생각한다”면서 “볼보트럭은 혁신적인 기술뿐만 아니라 업계 및 사회 전반의 발전을 위해 지속적인 투자와 연구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