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살만한 세상] 6개월 전 길 찾아준 노인, 다시 찾아온 이유

입력 2018-12-27 06:00
노인이 남긴 편지(왼쪽)와 현금 40달러. 로빈 고든 페이스북

길을 잃고 헤매던 노인에게 한 여성이 길을 알려줬습니다. 그런데 6개월 후 노인이 여성의 집을 다시 찾아왔다고 합니다. 어떤 사연일까요.

영국 일간 데일리메일은 24일(이하 현지시간) 잉글랜드 그레이터맨체스터주 위건에 사는 로빈 고든과 노인의 감동적인 사연을 전했습니다.

로빈은 지난여름 집 앞에서 길을 잃은 노인을 발견했습니다. 로빈은 노인에게 친구의 집이 어딘지 알려줬습니다. 떠나지 않고 잠시 망설이던 노인은 조심스럽게 “혹시 아기를 볼 수 있겠냐”고 물었습니다. 노인은 로빈이 품에 안고 있던 아기 엘제이를 보고 싶었습니다.

로빈의 아들 엘제이. 로빈 고든 페이스북

로빈은 흔쾌히 노인이 엘제이를 잘 볼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노인은 흐뭇한 표정으로 엘제이를 바라보다 떠났습니다. 그렇게 반년의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 20일 누군가가 로빈 집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문을 열어보니 뜻밖에도 그 노인이 서 있었습니다.

노인은 정중하게 모자를 벗고 “그저 작은 아기가 잘 지내는지 궁금했다”며 “당신이 나를 기억할지 모르겠지만, 나는 늘 아기를 생각했다”고 말했습니다. 로빈은 엘제이를 잊지 않고 찾아와준 노인에게 감격해 눈물을 흘렸습니다. 노인은 울고 있는 로빈의 볼에 키스를 하며 “잘 지내길 바란다. 메리 크리스마스”라는 인사를 남기고 떠났습니다.

노인이 돌아간 뒤 로빈은 우편함에서 봉투 하나를 발견했습니다. 봉투 안에는 현금 40달러(약 4만5000원)와 편지 한 통이 들어있었습니다. 편지의 내용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안녕하세요. 어린 소년에게 이 선물을 보냅니다. 당신이 원한다면 아기를 위해 계좌를 만들어주거나 그를 위한 작은 선물을 사주길 바랍니다. 크리스마스는 베푸는 날이니까요. 너의 엄마가 잘 지내길 바란다. 레이가.”

로빈과 엘제이. 로빈 고든 페이스북

로빈은 페이스북을 통해 이 사연을 알렸습니다. “편지를 읽고 울음을 터뜨렸다. 편지는 그가 나의 아들을 얼마나 소중히 생각했는지를 보여줬다. 정말 감동 받았다”고 소감도 적었습니다.

우연히 마주친 아기를 잊지 않고 다시 찾아온 노인의 사연은 각박한 세상 속 동화 한 편을 읽은 듯한 감동을 전하고 있습니다. 혹여 부담이 될까 조심스레 자신의 성의를 전하고 간 노인의 배려는 이야기에 온기를 더합니다. 사랑 가득한 할아버지 레이와 아기 엘제이가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바랍니다.

[아직 살만한 세상]은 점점 각박해지는 세상에 희망과 믿음을 주는 이들의 이야기입니다. 힘들고 지칠 때 아직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는 ‘아살세’ 사람들의 목소리를 들어보세요. 따뜻한 세상을 꿈꾸는 독자 여러분의 제보를 기다립니다.

강문정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