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철조망’으로 기념품 제작해 與 의원에 선물…‘GP 잔해보존’ 지침 있었는데

입력 2018-12-26 11:24 수정 2018-12-26 11:26
남북 군사당국이 '9.19 군사분야 합의서'에 따라 GP(감시초소) 시범철수를 진행하고 있는 11월 15일 강원도 철원지역 중부전선 GP가 철거되고 있다. 폭파되는 GP 왼쪽 뒤편으로 철거중인 북측 GP와 북한군이 보이고 있다. 뉴시스

육군이 비무장지대(DMZ) 내 GP(감시초소) 잔해물인 철조망 일부를 잘라 여당 국회의원들에게 선물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상부인 국방부는 GP 잔해물을 보존하라는 지침을 보낸 바 있어 논란이 일고 있다.

뉴스1은 26일 국방부와 더불어민주당 측의 말을 인용해 강원 화천의 육군 제7보병사단(사단장 박원호 소장)이 접경 지역을 찾은 여당 의원 7명을 포함해 총 9명에게 GP 철조망 일부를 잘라 기념품으로 나눠줬다고 보도했다.

국방부는 11월 30일 ‘9.19 군사 분야 합의서’에 따라 10개 GP를 완전 파괴하고 11개 GP(보존 GP 1개 포함)에 대한 시범철수를 완료했다. 나흘 뒤 시범철수와 관련된 육군 전 부대에 ‘철수 GP의 잔해물 처리 지침’ 공문을 내려 ‘시범철수 GP 10개 잔해물의 평화와 문화적 활용이 검토되고 있는 바 잔해물을 양호한 상태로 보존하시고 별도의 지침이 있을 때까지 GP 잔해물을 훼손하는 행위(폐기물 처리 등)를 중단하시기 바랍니다’고 전했다.

국방부는 GP 잔해물 처리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꾸려 잔해 처리방안에 대해 협의 중이었다. TF는 청와대 주관하에 통일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담당했다.

하지만 7사단은 상부 지침을 무시한 채 지난 11일 시범철수 작업 때 뜯은 059 GP 안쪽 철조망을 잘라 기념품으로 제작해 선물했다. 059 GP는 군사합의에 따라 지난달 26일 완전파괴된 곳으로 북측 GP로부터 900m 떨어져 있다. 기념품은 7㎝ 크기의 폐철조망을 한반도 지도 가운데 놓아 액자에 넣은 채 제작됐다. 철조망이 분단선을 상징하는 모양새다. 총 11개가 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7사단은 지난 12일 연말을 맞아 방문한 군인공제회 간부와 17일 부대를 찾은 시중의 한 대형은행 간부에게 각각 1개씩 기념품을 선물했다. 이후 민주당 방문 당시 9개를 선물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윤호중 사무총장과 김두관 참좋은지방정부 위원장, 권미혁 원내대변인 등 의원 7명을 포함한 관계자들은 18일 접경 지역 주민들의 어려움을 듣는 ‘청책(聽策)투어’의 일환으로 7사단을 방문했다. 윤 사무총장 등은 7사단 상승칠성부대가 있는 칠성전망대에서 장병들을 격려하고 059 GP 현장을 찾았다. 박 사단장은 민주당 일정이 끝난 뒤 기념품을 건넸다.

이와 관련해 민주당 내에서도 정부 간 협의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군 당국이 자의적으로 GP 잔해물 일부를 활용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육군관계자는 뉴스1과의 인터뷰를 통해 “잔해를 보존하라는 국방부 공문을 받았지만, 담당자가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다”며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앞으로는 철조망 액자 제작을 더 이상 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육군은 철조망 기념품 논란이 불거지자 059 GP 이외 나머지 10개 GP(보존 GP 1개 포함)에 대한 전수 조사에 나섰다. 잔해물이 훼손된 곳은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