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20억명 이상의 이용자를 확보한 게임이 페이스북 등이 주도해온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역할까지 넘보고 있다. PC와 모바일, 콘솔 등으로 나뉘었던 게임 플랫폼 간 경계가 희미해지면서 다수의 게임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서나 서로 교류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미국 IT전문매체 더 버지 등 외신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에픽게임즈의 글로벌 슈팅게임 포트나이트를 ‘올해 가장 중요한 SNS’로 꼽았다. 더 버지는 “포트나이트에서 이미 2억명이 넘는 사용자가 모여 대화하고 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게임 플랫폼 간 경계가 옅어진 게 변화를 이끌었다. 같은 게임을 여러 기기에서 즐길 수 있게 한 ‘크로스 플레이 게임’이 보편화되면서 이용자들의 시공간 제약이 줄었다. 이전까진 같은 게임을 하더라도 PC와 모바일 이용자가 만날 수 없었다. 반면 포트나이트 등 최신 게임들은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서비스를 지원하는 추세다.
폭발적으로 늘고 있는 이용자 수도 ‘게임의 SNS화’에 힘을 보탰다. 포트나이트는 지난해 7월 시장 출시 때부터 가입자 4000만명을 확보하며 돌풍을 일으켰다. 지난 5월 가입자 1억명을 돌파한 데 이어 지난달 2억명을 넘어섰다. 전 세계 20억 인구가 쓰고 있는 페이스북 등 SNS에는 아직 못 미치는 규모지만 성장세가 가파르다.
국내 게임사들도 크로스 플레이 게임 라인업을 확장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네이버의 손자회사 라인게임즈는 지난 12일 기자간담회를 열고 ‘대항해시대 오리진’을 비롯해 크로스 플레이 게임 라인업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처음부터 새로운 SNS 플랫폼 구축을 표방하는 소셜 게임도 늘고 있다. 카카오톡 같은 유명 SNS 플랫폼에 게임만 얹는 게 아니라 자체 플랫폼을 구축하면서 게임성을 추구하는 게 특징이다. SK텔레콤은 지난 10월 가상현실(VR) 속 아바타를 만들어 다른 사람과 소통하며 놀 수 있게 한 ‘옥수수 소셜 VR’을 상용화했다. 네이버 계열사 스노우도 지난 8월 온라인 공간에서 3D 아바타를 만들어 교류·게임하는 애플리케이션(앱) ‘제페토’를 출시해 인기를 끌고 있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