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글 그 자체’, 재현될까?

입력 2018-12-26 00:25 수정 2018-12-26 09:50

SK텔레콤 T1의 전설적인 정글러 ‘벵기’ 배성웅이 떠오르는 경기였다.

‘클리드’ 김태민이 활약한 SK텔레콤 T1은 25일 서울 강남구 액토즈 아레나에서 진행된 2018 KeSPA컵 1라운드 8강에서 bbq 올리버스를 2대 0으로 제압했다.

이로써 2라운드 8강에 오른 SKT는 27일 담원 게이밍과 준결승 티켓을 놓고 맞붙는다.

APK전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이었다. 이날도 최정예 멤버를 가동한 SKT는 종종 위기를 맞았지만 정확한 상황판단으로 완승의 마침표를 찍었다. 이 가운데 ‘클리드’ 김태민은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한 숨은 공신이다. 김태민은 소환사의 협곡을 조망하는 탁월한 시각으로 ‘팀 파이트’의 진수를 보여줬다. 과거 SKT 소속으로 정글을 지배한 ‘벵기’ 배성웅이 떠오르는 맹활약이었다.

1세트 김태민은 자크를 골라 상대를 압도했다. 김태민은 루시안을 선택한 ‘테디’ 박진성의 바텀 라인에 힘을 실으며 팀 승리를 향한 확실한 공식을 세웠다.

무엇보다 김태민의 탁월한 전투 개시 능력이 돋보였다. ‘새총 발사’가 닿은 곳엔 여지없이 상대 챔피언이 둘 이상 있었다. 곧바로 이어진 궁극기 ‘바운스’는 정확히 루시안 앞의 먹잇감이 됐다. 탑, 바텀에서 동시에 전투가 벌어지는 등 혼전 양상이 이어졌지만 김태민은 킬 관여율 83%로 우월한 경기 관여 능력을 보였다.

김태민이 케어한 ‘테디’ 박진성 또한 기대에 부흥했다. 대미지 1만2000을 기록하며 팀 내 2, 3위를 합한 것보다 많은 딜링을 뿜었다.

김태민은 2세트에서도 퍼스트 블러드를 만들며 감초 역할을 했다. 궁극기 ‘피해망상’으로 바텀에 개입해 쓰레쉬를 처치하는 데 성공했다.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상대 정글러인 카직스가 폭발적으로 성장하자 김태민은 바위게 리젠 타이밍을 정확히 재며 카직스의 성장을 최대한 막았다. 이후 bbq가 내셔 남작을 차지하기 위해 호시탐탐 노렸지만 김태민은 빠르게 ‘수호 천사’를 뽑는 영리한 플레이를 했다. 김태민은 무리하게 달려들기보다 확실한 타이밍을 노렸다. bbq는 주도권을 쥐었지만 녹턴을 끊지 못하며 쉽사리 내셔 남작을 노리지 못했다.

결국 33분경 기회가 왔다. 미드에서 SKT가 쓰레쉬를 처치하며 흐름을 탄 것. 곧장 김태민은 ‘피해망상’으로 추가 킬의 선봉장이 됐다. 이 플레이가 도화선이 돼 SKT는 승리의 깃발을 꽂았다.

이다니엘 기자 dn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