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내년에 핵·경제 병진노선으로 복귀하지는 않겠지만 선별적으로 무기·장비를 개발하고 성능을 개량하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한국국방연구원(KIDA)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이 보고서는 북한이 체제 안전에 대한 확신이 서는 순간까지 핵 프로그램의 신고·사찰·폐기를 최대한 미루는 전략을 쓸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인 KIDA는 한반도 안보 정세 등을 분석한 ‘2019 국방정책 환경 전망 및 과제-평화구축의 군사적 뒷받침과 미래를 위한 발돋움’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펴냈다고 25일 밝혔다. 이에 따르면 북한은 내년에 대남·대외정책의 중심을 ‘자주성 증진’에 맞출 전망이다. 북한이 ‘남북관계는 민족 내부의 문제’라는 점을 강조하며 올해 진행된 남북간 합의 이행에 대한 대남 압박을 높일 것으로 관측됐다. 보고서는 “북한이 말하는 자주성은 남북관계에서는 외세배척을, 대외관계에서는 핵무기를 보유한 전략국가로서의 북한의 지위 존중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북한의 국방·군사 정책은 무기·장비를 전면 첨단화하거나 상시적 군사훈련을 강행하는 수준으로 추진되기는 어렵다고 보고서는 예측했다. 경제난으로 국방력을 적극 강화하기는 쉽지 않다는 의미다. 군수공장의 정상적인 가동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서는 분석했다. 보고서는 “북한은 간헐적이지만 실전적인 군사훈련과 새로운 교리·전술 개발, 비대칭 전략·전술 무기를 위주로 한 선별적 무기·장비의 개발과 성능개량 등에 집중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이어 “북한은 9·19군사합의를 구실로 삼아 한·미 연합방위태세의 약화와 한국군의 방위력 개선 노력을 억제시켜 군사력 균형을 추구할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지적했다.
북한 내부 정세에 대해선 “당·정·군 엘리트 계층에 대한 정치적 숙청이나 사회적 소요 사태에 관한 징후도 거의 식별되지 않고 있다”면서도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에 따른 경제적 불안요소는 점차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다만 북한이 전면적 개혁·개방에 나설 가능성은 떨어지는 것으로 예상됐다. 북한이 ‘자본주의 사상과 문화의 허용은 곧 패망의 길’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이유에서다.
당장 북한 비핵화의 실질적 진전이 이뤄지기보다는 북·미 협상을 앞둔 신경전이 가열될 것으로 관측됐다. 북한이 당분간 ‘단계별 동시행동’ 원칙에 따른 미국의 양보를 얻어내려고 대미 압박 수위를 높인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2차 북·미 정상회담 이전에 대미 협상력을 높이기 위한 핵·미사일 능력 강화와 아울러 협상교착의 책임을 돌리기 위한 대미 비난전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내다봤다. 다만 보고서는 “북한이 핵·경제 병진노선으로의 복귀를 공식 선언하는 파국적 조치를 취할 가능성은 낮을 것”이라고 판단했다.
노훈 한국국방연구원장(사진)은 이 보고서 서문에서 “2019년에는 합의된 사항을 충실히 이행하면서 한반도의 평화가 완전히 정착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들을 취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더불어 외교적 협상이 안정적으로 진행될 수 있도록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높은 수준의 안보·국방 태세를 유지해야 할 책임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고 진단했다.
보고서 작성에는 권보람 선임연구원, 김광식 책임연구위원, 김두승 연구위원, 김인국 책임연구위원, 박남태 현역연구위원, 박대광 현역연구위원, 송화섭 책임연구위원, 안석기 책임연구위원, 양영철 연구위원, 우정범 선임연구원, 유영철 책임연구위원, 이남석 선임연구원, 이상국 연구위원, 이수진 선임전문연구원, 이윤호 현역연구위원, 이준호 연구위원, 이혁수 책임연구위원, 이현지 연구위원, 장진오 현역연구위원, 황선웅 현역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