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PA컵이 어느덧 반환점을 맞았다.
25일 서울 강남구 액토즈 아레나에서 치러진 SK텔레콤 T1 대 bbq 올리버스 경기를 끝으로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1라운드 일정이 마무리됐다. 다음날인 26일부터 2라운드 일정에 돌입하고, 31일 결승전에서 대장정이 마무리된다.
KeSPA컵은 매해 프리 시즌에 열린다. 메타가 정립되지 않은 시기는 각종 이변을 낳는다. 2015년 ‘리그 오브 레전드 챌린저스 코리아(챌린저스)’ 출신 ESC 에버(現 bbq 올리버스)가 SK텔레콤 T1 등 굵직한 팀들을 모두 꺾고 우승한 게 대표적인 예다.
올해도 변함없이 이변이 나왔다. 첫 번째 주인공은 KeG 서울이었다. 희생양은 한화생명e스포츠였다. 프로와 세미-프로 구성원 없는 아마추어팀이 18일 1라운드 16강전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중위권 터줏대감을 쓰러트렸다.
KeG 서울은 애초 1라운드 16강 통과가 어려울 것으로 점쳐졌다. 자신들도 큰 선전을 기대하지 않았다. KeG 서울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담원과의 경기 이후 인터뷰에서 “대회 참가 전에는 1세트 정도를 딸 수 있을 거로 생각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KeG 서울은 25일 1라운드 8강전에서도 선전을 이어나갔다. 비록 세트스코어 1대2로 역전패했지만, LCK 소속 담원 게이밍을 벼랑 끝까지 몰아 붙였다. 이들은 허를 찌르는 선공으로 담원의 사고 회로를 정지시켰고, 기어이 담원 넥서스를 한 차례 부쉈다.
챌린저스 소속 GC 부산 라이징 스타도 많은 이들의 예상을 깼다. 24일 1라운드 8강전에서 LCK 소속 진에어 그린윙스를 꺾고 2라운드에 진출했다. 팀을 캐리한 신예 원거리 딜러 ‘무’ 임무헌은 “최근 연습 과정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며 2라운드에서도 활약을 자신했다.
올해 KeSPA컵에서 나온 이변은 10월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의 유럽·북미 선전, 한국 부진과 궤를 같이한다. 더 많은 리스크를 짊어진 팀이 그에 걸맞은 보상을 얻었다. 과감한 판단이 승리로 직결됐다. 반면 기지개를 켜야 할 때 움츠린 팀은 많은 것을 잃었다.
KeSPA컵의 다른 관전 포인트는 차세대 슈퍼스타 탄생을 지켜보는 것이다. 올해도 새로운 유망주가 등장했다. 샌드박스 게이밍 ‘와이저’ 최의석도 그중 하나다. 24일 1라운드 8강 젠지전에서 팀 패배를 막지는 못했으나, LCK 고참을 압도하며 차기 시즌 활약을 예고했다.
젠지 신인 서포터 ‘라이프’ 김정민도 전임자 ‘코어장전’ 조용인의 공백을 깔끔하게 메웠다. 김정민의 데뷔전을 지켜본 젠지 최우범 감독은 “초심을 잃지 않고 하던 대로 열심히 한다면 대성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날 젠지는 바텀 듀오 활약에 힘입어 샌드박스를 꺾었다.
KeG 서울도 멤버 4인이 LCK 팀 연습생인 재능 덩어리다. ‘도란’ 최현준과 ‘플렉스’ 배호영은 그리핀, ‘엘림’ 최엘림과 ‘구마유시’ 이민형은 SKT에서 데뷔를 꿈꾸고 있다. 이민형은 경기 후 인터뷰에서 “2019년 목표는 데뷔전을 치르는 것”이라고 밝혔다.
공교롭게도 GC 부산 임무헌, 젠지 김정민, KeG 서울 최현준은 지난해 KeG 대회에 한 팀으로 출전해 3위에 입상한 경력이 있다. 이번에 진에어 소속으로 데뷔전을 치른 ‘천고’ 최현우도 마찬가지다. 당시 정글러였던 ‘블라썸’ 박범찬을 제외한 4인이 각자 다른 팀에서 다시 만났다.
한편 KeSPA컵은 26일과 27일, 2일에 걸쳐 2라운드 8강전을 치른다. 26일에는 kt 롤스터 대 GC 부산전, 젠지 대 킹존 드래곤X전이 열린다. 27일에는 아프리카 프릭스와 그리핀이 대결한다. 담원과 SKT도 이날 마지막 4강행 티켓을 놓고 격돌한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