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도 제재 해제한 남북 철도·도로 착공식에 한국당만 불참

입력 2018-12-26 04:55


자유한국당이 26일 개성 판문역에서 열리는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에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정부가 착공식을 비롯해 관련 예산 내역을 야당에게 투명하게 공개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여야 지도부와 유엔 등 국제기구까지 참석하는 행사에 한국당만 불참하면서 ‘평화에 역행하는 정당’ 이미지를 고착시켰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정부가 남북 철도·도로 연결 사업 착공식을 비롯해 남북 교류 사업과 관련된 예산을 전혀 공개하지도 않고 국회에 설명하지도 않는 상황에서 착공식을 참석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가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도 예산안에 편성한 1조원 규모의 남북협력기금 예산 가운데 65% 규모의 사업 내역을 비공개로 지정한 것을 두고 그동안 한국당 등 야권에서는 “대북 깜깜이 예산”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정부는 이번 착공식 소요 경비로는 7억여원을 편성했다.

나 원내대표가 불참하기로 하면서 착공식에 참석하는 정치권 인사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바른미래당 소속인 주승용 국회부의장,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 장병완 평화당 원내대표, 윤소하 정의당 대표, 이인영 국회 남북경협특위 위원장, 박지원 평화당 의원 등 9명으로 결정됐다. 한국당은 착공식 참석 대신 국회에서 비상대책위원회·중진의원 연석회의를 연다.

표면적으로는 예산을 문제 삼았지만 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이 보수 결집을 위한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문재인정부가 치적으로 내세우는 남북관계 문제에서도 여권과 확실한 각을 세워 한국당의 존재감을 보여주기 위한 전략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당장 야권 내에서도 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바른미래당 관계자는 “남북 교류협력을 해야 한다는 대전제에는 일부 극우세력을 제외하고는 모두가 동의할 텐데 한국당이 유엔까지 제재 면제 승인을 내린 행사에 굳이 이유를 달아서 불참하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상병 인하대 초빙교수는 “한국당의 착공식 불참은 보수 성향이 강한 지지층에게는 단기적으로 유효하겠지만, 남북 평화체제가 구축되는 분위기 속에서 중도층과 합리적 보수층으로의 외연 확장에는 걸림돌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서 지난 10월 서울대 한국정치연구소는 한국당이 의뢰한 용역 보고서에서 “한국당의 잇따른 선거 패배는 냉전 이데올로기에 의존해 대북 강경 노선만 고수해 중도·보수 유권자가 이탈했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이종선 심우삼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