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대통령 성탄 메시지에 등장한 박노해 ‘그 겨울의 시’(전문)

입력 2018-12-25 17:37
문재인 대통령 내외가 24일 밤 경남 양산 덕계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문재인 대통령이 성탄절 메시지를 보내며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해 나눔의 정신을 일깨웠다.

문 대통령은 25일 성탄절을 맞이해 “성탄절 아침 우리 마음에 담긴 예수님의 따뜻함을 생각한다”며 “애틋한 할머니의 마음이 예수님의 마음이다. 나의 행복이 모두의 행복이 되기를 바란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특히 박노해 시인의 ‘그 겨울의 시’를 인용해 주변을 두루 살펴 따뜻함을 나누자는 의미를 강조했다. 이 시는 총 5연으로 구성돼 있다. 문 대통령은 이 중에서 1연부터 3연까지를 인용했다. 자신의 삶도 풍족하지 않으면서 장터 거지부터 뒷산 노루까지 걱정하며 살피는 할머니의 마음이 담겨 있다.


“문풍지 우는 겨울밤이면 윗목 물그릇에 살얼음이 어는데 할머니는 이불 속에서 어린 나를 품어 안고 몇 번이고 혼잣말로 중얼거리시네 / 오늘 밤 장터의 거지들은 괜찮을랑가, 소금창고 옆 문둥이는 얼어 죽지 않을랑가, 뒷산에 노루는 굶어죽지 않을랑가 / 아 나는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낭송을 들으며 잠이 들곤 했었네/ 찬바람아 잠들어라 해야 해야 어서 떠라/한겨울 얇은 이불에도 추운 줄 모르고 왠지 슬픈 노래 속에 눈물을 훔치다가 눈산의 새끼노루처럼 잠이 들곤 했었네”

문 대통령은 정치 입문 후 줄곧 성탄 메시지를 작성해왔으나 대통령 당선 후 첫 해인 지난해에는 건너뛰었다. 성탄절을 나흘 앞두고 터진 충북 제천 스포츠센터 화재로 수많은 사망자가 발생해 유족과 지역주민 배려차원에서 별도의 성탄 메시지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

2년 만에 남긴 성탄 메시지 역시 ‘나눔’이다. 문 대통령은 매년 성탄절에 나눔의 정신을 강조해왔다. 2013년 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던 문 대통령은 12월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성탄 밤 미사 마치고 돌아와 포도주 한잔 앞에 두고 있다. 평소 보수적인 것 같았던 신부님도 강론에서 ‘이 시대가 안녕하신가’고 물었다”며 “성탄의 밤이면 다짐하곤 하는 세상에 대한 사랑과 마음의 평화가 늘 우리와 함께 하길 빌어 본다”고 적었다.

문재인 대통령이 24일 밤 경남 양산 덕계성당에서 성탄 전야 미사를 마치고 산타복장을 한 어린이들과 인사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2014년 성탄절에는 “예수님의 낮은 삶을 생각한다. 태어남도 지극히 낮았다. 세상을 구원하는 것은 권력과 강함이 아니라 낮음과 약함이다. 착함·관용·너그러움·포용·나눔 같은 것”이라고 적었다.

새정치민주연합 당 대표 시절이던 2015년에는 “힘들고 어려운 분들에겐 위로가, 춥고 외로운 분들에겐 따뜻함이 골고루 함께하는 성탄절이 되길 기원한다. 어려운 이웃을 돌아보며 온기를 나누는 성탄절이었으면 좋겠다”는 메시지를 보냈다.

2016년에는 “불세출의 영웅이 우리 문제를 해결해주는 것이 아니다. 불세출의 영웅은 우리를 모른다. 우리와 함께 살았고 우리와 함께할 우리인 사람을 선택해야 한다. 성탄이 주는 가장 중요한 은혜는 우리가 구원의 주체라는 사실”이라고 전했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