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형 성폭력 반대한다…” 목소리 내던 女 학생회장, 남학생 성추행 논란

입력 2018-12-25 17:34
게티이미지뱅크

유명 사립대의 한 학과 학생회장이 같은 과 남학생을 성추행해 사퇴했다는 보도가 나왔다. 가해자는 여성이다. 이 학생회장은 평소 학교 내 권력형 성폭력 문화를 근절하자고 앞장서는 등 페미니즘의 공론화를 위해 목소리를 내온 것으로 알려졌다.


24일 조선일보는 “서울 한 사립대의 학과 학생회장을 맡고 있던 A씨(21)가 성추행 논란이 일자 스스로 물러났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A씨는 지난달 23일 대학 주변의 한 주점에서 ‘일일호프’ 행사를 열고, 평소 알고 지내던 남학생 B씨에게 수차례 “옆 자리에 같이 앉자” “술을 같이 마셔주는 것도 서비스의 일환”이라고 말했다.

B씨는 “이건 엄연한 성희롱”이라며 주의를 줬으나 A씨는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당시 함께 동석했던 다른 학생들은 “A씨가 B씨의 팔을 만지는 등 신체접촉도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B씨는 지난 10일 단과대 학생회를 통해 A씨의 성추행 사건을 공론화했다. 그는 “A씨가 사과문을 올리고 회장에서 자진사퇴 했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단과대 학생회는 A씨의 성추행 혐의를 안건으로 회부하고 자체 진상조사에 나섰다.

논란이 일자 A씨는 지난 17일 교내 게시판과 학과 홈페이지 등에 사과문을 올렸다. 그는 사과문에서 “피해 학우가 불쾌하다는 의사를 밝혔지만 진지하게 고려하지 않고 무시했다”며 “평상시에 젠더 폭력에 대해 목소리를 높여 말하던 제가 이와 같은 행동을 한 데 대해 큰 부끄러움을 느낀다”고 밝혔다.

또 “당일 과음해 많은 학우가 있는 자리에서 욕설을 내뱉거나 허락 없는 신체 접촉을 하기도 했다”면서 “제가 한 행동은 피해 학우의 의사를 무시하는 폭력적 행동이었을 뿐만 아니라 피해 학우를 성적으로 대상화하는 행동이기도 했다”고 사과했다.

학내 일각에서는 A씨의 ‘이중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많다. 그가 평소 권력형 성폭력 근절을 위해 목소리를 내왔기 때문이다. 같은 대학 학생 이모(21)씨는 “평소 A씨는 학내 성문제가 발생할 때마다 가해자를 일벌백계하라고 촉구했다”며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하면 불륜)의 극치를 보여주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