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일고시원 피해자 추모 성탄 예배 열려 “주님은 가난한 자 가운데 오셔”

입력 2018-12-25 17:12 수정 2018-12-25 17:15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제공.

화재로 7명의 목숨을 앗아간 국일 고시원 피해자를 추모하는 성탄 예배가 25일 서울 종로구 국일고시원 화재 현장 앞에서 열렸다. 대한성공회 나눔의집협의회와 정의평화사제단, 성프란시스공동체가 연 예배에는 100명 넘는 사람이 참여했다.

설교는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소장인 여재훈 성공회 신부가 맡았다. 센터는 서울 중구 지역 쪽방촌 어르신과 노숙인 등을 지원하고 있다. 여 신부는 "저희 센터를 이용하는 이들 중에서는 고시원과 쪽방에 거주하는 분이 많다"며 "창문도 없는 한 평짜리 고시원에서 에어컨도 없이 버텨내던 모습이 머릿 속에서 떠나질 않는다"고 설교를 시작했다.

다시서기종합지원센터 제공.

여 신부는 "가난한 사람의 전용 숙소로 자리 잡은 고시원은 값싼 인력을 제공하는 기숙사의 역할을 하고 있다"며 "국일 고시원 사건을 접하며 어르신들은 너무 겁이 나 밤에 약을 먹지 않으면 불안해 잠을 잘 수 없다는 이야기들을 한다"고 말했다.

여 신부는 "세상은 그 분을 알아보지 못하였지만”(요 1:10)이라는 성경을 꼽았다. 그는 "가장 가난한 자리에 가난한 이들의 축복을 받으며 태어난 아기 예수가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있을 것"이라며 "주님은 가난한 자의 구세주이고 없는 자의 풍성이며 소외된 이들의 이웃이 되기 위해 오셨다"고 설교했다.

여 신부는 “다시는 이땅에서 가난하다는 이유만으로 죽음으로 내몰리는 일이 없는 정의롭고 안전한 세상이 주어지기를 기도한다”며 “그 일을 앞당기는 것이 하나님 나라를 세우는 것이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는 이들의 신성한 의무임을 고백한다”고 설교의 끝을 맺었다.

김동우 기자 lov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