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피플피디아] “산타는 오늘밤 어디로 가요?” 세계 최강 부대의 추적작전

입력 2018-12-25 16:42 수정 2018-12-25 21:08
군·민간 자원봉사자들이 24일(현지시간) 미국 콜로라도주 콜로라도스프링스 소재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 콜센터에서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묻는 아이들의 전화에 응답하고 있다. AP뉴시스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지금 산타클로스를 추적하고 있다.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2시50분 현재 NORAD 홈페이지(www.noradsanta.org)를 보면, 산타클로스는 순록 9마리에 이끌린 썰매를 타고 미국 인디애나주 먼스터 상공을 날고 있다. 가장 앞에서 썰매의 방향을 결정하는 ‘대장 순록’이 바로 루돌프다. 산타클로스는 크리스마스이브부터 초당 10만개씩, 지금까지 모두 57억개의 선물을 전달했다.

1. NORAD는 무엇인가

NORAD는 미국·캐나다에서 공동으로 운영되는 영공 방위군이다. 북미의 하늘로 진입하는 비행기·미사일·위성·소행성 같은 모든 비행체를 365일, 24시간 내내 레이더로 추적하고 있다. 다른 대륙의 핵미사일 동향도 탐지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륙보다 상대적으로 평온한 북미의 하늘·우주를 감시하는 일이 NORAD의 평소 임무다. 하지만 일단 영공으로 진입한 비행체에서 위협을 감지하면 방공작전을 펼쳐 요격하는 작전도 NORAD에서 수행된다.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는 매년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홈페이지 지도상에 산타클로스의 위치를 표시한다. 한국시간으로 25일 오후 2시50분 현재 산타클로스가 미국 인디애나주 먼스터 상공을 날고 있는 것으로 표시돼 있다. NORAD 홈페이지 화면촬영

2. 64년째 계속된 ‘산타 추적’ 작전

NORAD는 미국·캐나다의 육·해·공군에서 장성급 장교를 지휘관으로 차출해 영공 방위작전을 펼치는 사령부다. 미국 해·공군의 최첨단시설을 동원할 수 있는, 장비만 놓고 보면 그야말로 세계 최강 부대다.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이색적인 작전을 전개한다. 크리스마스 전야부터 당일까지 산타클로스의 이동 상황을 파악하고, 위치를 묻는 아이들에게 실시간 상황을 알리는 이른바 ‘산타 추적(Tracks Santa)’ 작전이 바로 그것이다. 이 작전은 올해까지 64년째 수행되고 있다.

NORAD가 가장 많이 활용하는 소통 수단은 전화다. 군·민간에서 자원봉사자를 모집해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시간당 40건 안팎의 문의를 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문, 라디오, TV, 편지, 이메일, SNS도 소통 수단으로 활용된다. 지금도 북미의 일부 방송사는 크리스마스 전야와 당일의 일기예보에 NORAD의 ‘산타 추적’ 결과를 소개하기도 한다. NORAD의 2013년 보고서에서 크리스마스 전후로 자원봉사자 1200명이 처리한 전화 문의는 11만7371건, 홈페이지 접속자 수는 1958만명으로 집계됐다.

※이하의 항목은 동심을 파괴할 수 있습니다. 아이의 눈을 가려주시길 바랍니다.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NORAD)의 미사일 탐지 레이더. NORAD는 매년 크리스마스마다 이 레이더를 ‘산타 추적’ 작전에 사용한다고 주장한다. AP뉴시스

3. 실수로 시작돼 전통이 된 작전

산타클로스는 북극 어딘가에서 순록 썰매를 타고 지구상 모든 아이에게 선물을 주는 빨간 옷을 입은 할아버지로 묘사된다. 실존하지 않는 가상의 인물이다. 아이에게 꿈과 상상력을 선물하고, 북반구에서 한파가 몰아치는 연말에 온기를 불어넣을 이야깃거리로 산타클로스가 구전되고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재산을 이웃에게 나누고 빈민을 구제한 3세기 터키 수도사 성 니콜라스가 산타클로스의 유래로 알려졌다.

NORAD가 크리스마스를 전후로 ‘산타클로스의 썰매’라는 가상의 비행체를 추적하며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고 예산을 투입하는 작전은 엉뚱하게 느껴질 수 있다. NORAD는 처음부터 이 일을 벌이지 않았다. 발단은 1955년 12월 24일 미국 콜로라도주 소재 유통업체 시어스가 ‘산타클로스와 전화할 수 있다’며 배포한 전단지에 있었다.

시어스는 이 전단지에 자사 전화번호를 대륙방공사령부(CORAD)의 번호로 잘못 적었다. 이로 인해 “산타클로스를 바꿔 달라”는 아이들의 전화가 CORAD로 빗발쳤다. 그날 밤 당직 장교였던 해리 숍 대령은 아이들의 전화 문의를 친절하게 응대하도록 부하들에게 지시한 뒤 사령부에 보고했다. ‘산타 추적’은 이 해프닝을 계기로 이듬해부터 CORAD의 연례 행사가 됐다. CORAD는 1958년 NORAD로 개편되 뒤에도 ‘산타 추적’ 작전을 펼치고 있다.

미국 연방정부는 현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멕시코 국경 장벽 예산에 대한 정당 간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셧다운’됐지만, NORAD의 ‘산타 추적’ 작전은 예년과 다르지 않게 진행되고 있다. 미국 공군은 올해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이미 예산이 편성돼 산타클로스를 추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 멜라니아 여사가 24일(현지시간)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NORAD 산타 추적 작전의 일환으로 어린이들과 전화통화하고 있다. AP뉴시스

4. NORAD 작전 수행 중 동심 파괴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NORAD의 ‘산타 추적’ 작전에 참여한다. 크리스마스이브에 어린이의 전화를 받아 산타클로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트럼프 대통령도 마찬가지. 하지만 크리스마스이브인 지난 24일 워싱턴 D.C 백악관에서 콜먼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7세 어린이와 전화통화에서 동심을 파괴한 발언으로 구설수에 올랐다.

트럼프 대통령의 ‘동심파괴’ 해프닝은 지근거리에서 전화통화 내용을 청취한 휴스턴 크로니클 워싱턴DC 주재 케빈 디아즈 기자에 의해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화통화로 연결된 콜먼과 인사를 나누고 나이, 학교생활 등을 물으며 편안하게 대화를 시작했다. 문제의 상황은 그 다음에 벌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넌 아직도 산타를 믿니”라고 물으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콜먼으로부터 어떤 말을 들은 뒤 “7세여서 그게 아직은 남는 장사인 것 같다. 그렇지?”라고 되물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마지널(marginal)’이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어떤 의미로 사용했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사전적 의미에서 ‘덜 중요하다’ ‘한계에 거의 도달했다’ ‘손해가 나지 않을 정도의 이익’을 뜻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계속된 통화에서 콜먼의 말을 듣고 웃은 뒤 “글쎄. 마음껏 즐겨라.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라. 잘 지내라. 가족에 안부를 전하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콜먼이 어떻게 대답했는지는 전해지지 않았다. 영국 공영방송 BBC는 “산타클로스의 존재는 논쟁을 넘어서는 사안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왜 이렇게 질문했는지 알 수 없다”고 비판했다.

국민일보 더피플피디아: 북미 항공우주방위사령부 산타 추적 작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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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철오 이슬비 기자 kcopd@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