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경남의 한 산부인과를 다녀간 여성 26명에게 해당 병원에서 낙태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확인한 것으로 알려져 여성단체들이 집단 항의하고 있다.
경남여성단체연합, 경남여성연대 등 여성단체들은 24일 경남지방경찰청 수사과를 찾아 “개인 의료정보 수집을 통한 경찰의 반인권적 임신중절 여성 색출 수사를 규탄한다”는 취지의 항의 서한을 전달했다고 25일 밝혔다.
지난 9월 경찰은 경상남도 소재의 한 산부인과에서 낙태 수술을 하고 있다는 진정을 접수했다. 지난달 영장을 발부받은 경찰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으로부터 해당 병원을 다녀간 적 있는 여성 26명 인적사항을 확보한 뒤 낙태 시술을 받았는지 여부를 조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시술을 받은 환자는 한명으로 이 여성은 참고인 조사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성단체들은 낙태죄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위헌 심사가 진행되는 상황에서 경찰의 수사가 부적절하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경찰이 ‘낙태죄를 범한’ 여성을 색출하고자 특정 산부인과를 이용한 다수 여성들을 대상으로 출석을 요구하고 참고인 조사를 벌였다는 소식을 접하고 경악을 금할 수 없다”며 “경찰은 여성에 대한 반인권적 수사 실태를 파악하고 시정조치 및 재발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한국여성민우회도 20일 성명을 통해 “낙태죄 폐지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뜨겁고 헌재가 낙태죄의 위헌성을 검토하는 이 시점에 낙태죄로 여성을 처벌하는 데 열을 올리는 경찰 행태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여성단체들은 그동안 낙태죄가 여성의 건강권과 인권을 침해한다며 폐지를 주장해왔다.
경찰 관계자는 “낙태죄를 둘러싼 사회 상황을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진정이 접수됐기 때문에 조사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헌재는 현재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한 헌법소원 사건을 심리 중이다. 유남석 신임 헌법재판소장은 “낙태죄 폐지 관련 헌법소원을 연내 처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으나 결정은 해를 넘겨 내려질 것으로 보인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