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럽서 가드·경찰에게 집단 폭행당했다” 커뮤니티 글의 전말

입력 2018-12-25 16:08 수정 2018-12-26 14:30
김씨 제공

“클럽에서 다른 테이블의 실랑이에 휘말려 집단폭행을 당했다. 그러나 경찰은 외려 나를 연행했다. 미란다의 원칙 역시 고지하지 않았다. 나를 가해자로 몰아세우고는 폭행하고 모욕했다.”

지난 14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찰로부터 집단폭행을 당했다”는 김모(28)씨의 글이 올라와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경찰과 업소 측이 “성추행 혐의로 붙잡힌 남성이 난동을 피우다 몸싸움이 벌어진 것”이라고 반박하고 나섰다.

‘맞아 죽을 뻔했다’는 내용으로 시작된 글에는 김씨가 지난달 24일 서울 강남구의 한 클럽에서 폭행을 당하면서 느낀 공포가 그대로 담겼다. 김씨는 “사건이 있던 날 친구의 생일을 맞아 클럽을 찾았고, 샴페인 3잔을 마시고 귀가하려던 중 다른 테이블의 실랑이에 휘말렸다”고 주장했다. 한 여성이 김씨의 어깨 뒤로 숨었고, 여성과 같이 있던 남성이 갑자기 김씨를 폭행했다는 것이다.

김씨는 “곧바로 주변의 경호원들에게 도움을 요청했으나, 경호원들은 외려 가해자 일행에 합세했다”며 “폭행을 피해 밖으로 나가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신고를 받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의 클럽에 도착했다. 그러나 가해자 일당이 아닌, 김씨를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폭행과 욕설도 있었다고 김씨는 주장했다. 그는 “어깨를 세 차례 때리고 몸을 짓눌렀다. 지구대에 도착해서도 안면을 발로 세 차례 가격 당했다”고 말했다.


김씨 제공




김씨 제공


김씨 상해진단서. 김씨 제공

김씨는 이 날의 폭행으로 갈비뼈 등 전치 4주 골절, 횡문근융해증, 오른쪽 손가락 마비 등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심한 구타 흔적, 멍과 출혈이 있는 상태로 밤샘 조사를 받았지만 가해자가 돼있었다”며 “저를 폭행한 가해자는 아무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나 클럽 측은 김씨의 주장이 전혀 사실무근이라고 반박했다. 클럽 측은 위키트리와의 인터뷰에서 “김씨가 다른 일행 여성을 성추행해 몸싸움이 벌어졌고, 폭행으로 번진 것”이라며 “김씨가 사건 당시 출동한 경찰에게도 거칠게 저항해 (경찰이) 완력을 행사한 것으로 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추행 장면이 담긴 CCTV도 확보하고 있다. 얼마든지 보여줄 수 있다”고 말한 것으로 위키트리는 전했다.

김씨를 연행한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의 설명도 김씨의 말과는 달랐다. 이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해당 사건은 현재 수사 중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면서도 “경찰이 김씨를 폭행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미란다의 원칙을 고지하지 않았다는 주장도 사실 무근”이라고 말했다. 강남경찰서에 따르면 해당 클럽은 김씨를 명예훼손, 강제추행 등으로 강남경찰서에 고소한 상황이다.

한편에서는 사건 실체와 무관하게 부상당한 김씨를 별다른 의료 조치 없이 계속 조사한 것에 대해 경찰의 해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씨의 어머니는 국민일보에 보낸 이메일에서 “아들이 조사 도중 고통을 호소해 119에 도움을 요청했다. 얼마 뒤 구조대가 경찰서에 도착했으나 경찰이 일방적으로 구조대를 돌려보내고 환자인 아들을 방치했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는 김씨 어머니와는 인터뷰를 하지 않았다.

구조대 논란에 대해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구조대는 총 두 차례 출동했다”며 “김씨 요청으로 처음 출동한 구조대는 김씨가 욕설을 하면서 돌려보냈고, 두번째 출동했을 때는 김씨의 상태를 본 구조대원이 조사를 받지 못할 만큼 위중하지 않다고 판단해 철수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