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주택 신혼부부, ‘부모님’께 손 벌리기 전에… 대출·증여 유불리 따져야

입력 2018-12-25 15:06
게티이미지 뱅크


결혼 1년 차 직장인 김경모(37)씨는 정부가 무주택자들을 위한 주택 공급 정책을 내놓으면서 최근 주택 마련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문제는 주택 자금이었다. 모아놓은 돈이 적어 금융권 대출로 부족한 자금을 충당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최근 은행 예금금리를 기반으로 하는 코픽스 금리까지 오르면서 고민은 더 깊어졌다. 결국 김씨는 부모님에게 손을 벌리기로 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은 “최근 은행 금리가 오르면서 신혼부부들이 주택 자금을 부모에게 증여받을 것이냐, 빌린 뒤 갚을 것이냐를 두고 상담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면서 “그런데 3억원 이상 주택을 매입하면 자금조달 및 입주 계획서에 증여·상속금액을 기재해야 하는 만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25일 밝혔다.

정부는 지난 10일부터 주택을 매입하고 실거래 신고를 할 때 자금조달 및 입주 계획서에 증여·상속금액을 기재하도록 하는 ‘부동산 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 시행규칙을 시행했다. 물론 모든 입주 계획서에 기재해야 하는 건 아니다. 서울과 경기 과천·분당 등 투기과열지구에서 3억원 이상 주택을 구입할 때다. 차입금 등에는 기존 금융기관 대출액에 주택담보대출 포함 여부와 기존 주택 여부 및 건수 등도 밝히도록 했다.

이 같은 조치는 주택을 매입할 때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거액의 돈을 제대로 신고하지 않고 탈세하는 불법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다. 이전까지는 부모로부터 지원받은 돈을 ‘현금 등 기타' 항목에 기재해 고가의 주택 구입자가 자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증여나 상속을 받았는지 등을 확인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일부 강남 부유층은 자녀들의 결혼 등을 계기로 주택 매수자금의 일부를 세금을 내지 않고 편법 증여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현재 증여세 공제 범위는 자녀의 경우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이다. 손자와 손녀의 공제액도 자녀와 동일하다. 사위나 며느리의 공제금액은 1000만원이다.

증여세가 부담스럽다면 금융권에서 대출을 받듯 부모에게 대출을 받으면 된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후보자 시절 인사청문회에서 그의 아내가 중학생 딸에게 2억 2000만원을 빌려주는 계약을 맺은 사실이 드러나 증여세 납부를 회피하기 위한 편법증여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이 같은 의혹을 받지 않으려면 확실한 채무 관계를 입증하면 된다.
우 팀장은 “은행에서 대출을 받을 때처럼 채무 관계를 입증할 만한 서류를 작성해 공증을 받거나 매월 이자를 납입하는 금융권 기록이 있다면 가능하다”고 말했다.

당시 홍 후보자 측도 차용증까지 쓴 딸이 건물 임대 수익으로 엄마에게 이자를 갚을 계획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