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프로야구계는 시끄러웠다. 아니 예년보다 숨어있던 병폐들이 더 많은 민낯을 드러내며 야구팬들에게 실망을 안겨줬다. 관중 800만 시대가 계속 존속할 수 있을지까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서 있다.
올해 1월 18일. 넥센 히어로즈 신인 안우진(19)이 휘문고 재학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한데 대해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의 3년 자격정지 징계가 확정됐다. 넥센 구단은 50경기 출장 정지라는 자체 징계를 내렸다. KBO 차원의 징계는 없었고, 안우진은 출장 정지가 풀리자마자 1군에 올라와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이 선수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2월에는 이장석 전 넥센 히어로즈 대표의 횡령과 배임 확정 판결이 나오며 구속됐다. 정규시즌이 끝난 뒤 이 전 대표는 KBO로부터 영구제명 처분을 받았다. 이와 관련해 5월에는 넥센이 트레이드 과정에서 뒷돈을 받았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같은 달 넥센 주전 포수 박동원(28)과 조상우(24)의 성폭행 연루 의혹이 터져 나왔다. 새벽 시간 인천 원정 선수단 숙소로 여성을 불러들인 사실까지 드러났다. 지난 7월에도 한화 이글스 포수 엄태용(24)이 성폭행 혐의로 구속된 뒤 퇴단 조치를 받았다.
뭐니뭐니해도 올해 프로야구계의 최대 사건은 LG 트윈스 오지환(28)과 삼성 라이온즈 박해민(28)으로 대표되는 병역 특례 논란이었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고도 모두가 웃지 못했다. 선동열 국가대표팀 감독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장 증인석에 서야했고, 결국 자진 사퇴했다. 정운찬 KBO 총재마저 국정감사 증인으로 나서야 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SK 와이번스의 우승으로 올해가 마무리되는가 싶더니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던 지난 10일 전 넥센 히어로즈 문우람(26)과 전 NC 다이노스 이태양(25)의 기자회견은 연말 프로야구계를 뒤흔들어버렸다. 이태양은 승부조작 추가 가담자라며 6명의 실명의 공개했고, 이에 맞서 선수들은 법적 대응에 나섰다.
특히 문우람은 선배 이택근(38)의 야구배트 폭행 사실까지 공개했다. 결국 이택근은 26게임 출장정지 처분을 받았다. 이밖에도 넥센 임지열(23), NC에서 KT 위즈로 트레이드된 강민국(26), 2019년 신인 2차 드래프트에서 전체 2순위로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이학주(28) 등의 과거 음주 운전 적발 사실이 줄줄이 드러났다.
폭행과 음주운전, 그리고 병역특례까지. 그들이 일반인들과 얼마나 다른 사고 방식을 갖고 있는 지를 여실히 보여준 사건들이다. 특권 의식에 빠져 있는 프로야구계의 인식 변화가 얼마나 절실한 지를 보여준 한해였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