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택시운전사’의 실제 주인공 김사복씨와 ‘푸른 눈의 목격자’ 위르겐 힌츠페터씨가 39년 만에 재회한다. 1970년대 후반 처음 인연을 맺었던 두 사람은 고인이 되어 만나게 됐다.
광주시와 5월 관련 단체 등 9개 기관으로 구성된 ‘5·18 구묘역 안장 태스크포스(TF)’는 김씨 유해의 힌츠페터 기념정원 이장을 승인했다고 24일 밝혔다. 구묘역 안장 TF는 “김씨가 힌츠페터를 광주에 데려왔고 1박2일 동안 촬영한 필름의 일본 반출을 도와 5·18의 실상을 세계에 알리는 데 기여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이에 따라 김씨의 아들 승필씨는 현재 경기도 양주시 청량리성당 묘지에 묻힌 아버지의 유해를 화장해 내년 중 구묘역 내 힌츠페터 기념정원으로 이장하기로 했다.
이장 시기는 유동적이나 기념정원 조성 3주년을 맞는 내년 5월 16일 이전에 마무리할 계획이다. 2016년 문을 연 힌츠페터 기념정원에는 그가 2005년 광주 방문 당시 5·18기념재단에 맡긴 손톱과 머리카락이 무등산 분청사기함에 담겨 안장돼 있다.
80년 독일 제1공영방송 ARD-NDR의 일본 특파원이던 힌츠페터는 5·18 발발 직후 김씨의 택시를 타고 서울에서 광주로 내려와 목숨을 걸고 현장의 참상을 취재해 가장 먼저 세계에 알렸다. 독일 귀국 후 가족들에게 “죽으면 광주에 묻어 달라”고 수차례 유언했던 그는 2003년 제2회 송건호언론상 시상식에서 “용감한 택시기사 김사복씨에게 감사하다. 그를 만나고 싶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김씨는 간암을 앓다가 84년 12월 19일 54세로 세상을 떠나 두 사람의 재회는 이뤄질 수 없었다.
김씨와 힌츠페터는 75년 장준하 선생 의문사 현장답사 때 함께 찍은 사진이 공개되면서 5·18 이전부터 인연을 맺은 사실이 새롭게 확인되기도 했다. 5·18기념재단은 두 사람을 한곳에 안장하기 위해 지난 18일 구묘역 안장 심의를 요청했다. 5·18을 전후한 김씨와 힌츠페터의 사연은 지난해 영화 ‘택시운전사’로 만들어졌다.
광주=장선욱 기자 sw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