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네시아 서부 순다해협 일대를 덮친 쓰나미로 발생한 사상자가 1000명을 넘어선 가운데, 생존자들의 사연이 속속 전해지면서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국가재난방지청에 따르면 지금까지 최소 222명이 사망하고 843명이 부상한 것으로 집계됐다. 실종자도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온라인에는 쓰나미 발생 당시 처참한 광경을 보여주는 영상이 공개됐다. 인도네시아의 인기 록밴드 ‘세븐틴’이 한 리조트에서 공연을 하던 도중 쓰나미가 밀어닥치는 모습이다. 공연이 한창 무르익던 와중에 덮친 쓰나미로 무대는 와르르 무너지고, 현장은 비명으로 가득했다.
이 사고로 밴드 베이스 연주자와 로드매니저가 목숨을 잃었다. ‘이판’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하는 리드보컬 리피안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아내와 다른 멤버들도 실종상태”라며 연신 눈물을 흘렸다.
리피안은 아내와 함께 찍은 사진을 SNS에 올렸다. 프랑스 파리 에펠탑을 배경으로 부부가 키스하는 모습이 담겨 있다. 그는 “오늘이 아내 생일인데....생일 축하해. 빨리 돌아와”라며 실종된 아내를 향한 그리움을 드러냈다.
생존자들은 평화롭던 해변을 쑥대밭으로 만든 쓰나미 공포에 시달리고 있었다. 현지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루디는 영국 BBC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뭐라도 붙잡고 있어야겠다는 생각에 벤치에 매달려 겨우 목숨을 건졌다”며 “사전 경보를 듣지 못했지만 쓰나미 대비 훈련을 받은 게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현지 당국은 이번 쓰나미가 순다 해협의 아낙 크라카타우 화산 폭발로 발생한 ‘해저 산사태’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고 있다. 22일낮부터 화산이 최소 4차례 분화하면서 이날밤 반텐주 판데글랑과 세랑 등 피해지역에 최고 높이 3m의 해일이 발생했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