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eSPA컵 미리보기] 절치부심 젠지

입력 2018-12-24 10:05 수정 2018-12-24 10:13
젠지는 지난 10월 한국에서 열렸던 2018 롤드컵에서 1승5패로 역대 최악의 성적을 기록했다. 디펜딩 챔피언의 부진은 전 세계 LoL 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라이엇 게임즈

오프시즌 동안 칼을 갈아온 젠지가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첫 경기를 앞뒀다.

젠지는 24일 서울 강남구 액토즈 아레나에서 샌드박스 게이밍과 ‘2018 리그 오브 레전드 KeSPA컵’ 1라운드 8강전을 치른다. 앞서 젠지는 1라운드 16강전을 치르지 않고 8강에 선착했다. 16강전 상대였던 KeG 경기가 대회 참가를 포기한 까닭에 부전승을 거뒀다.

이번 경기는 체질개선을 예고한 젠지의 2019년을 엿볼 기회다.

지난 3년간 젠지는 가장 교과서적인 게임을 하는 팀으로 평가됐다. 느리지만 빈틈없는 운영 방식으로 2017년 세계 정상에 올랐다. 같은 리그 오브 레전드 챔피언스 코리아(LCK) 내에서도 젠지의 운영 방식을 지향점으로 삼는 팀이 있었다. 그만큼 모범적인 게임을 펼쳤다.

그러나 젠지는 올해 ‘리그 오브 레전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을 앞두고 진행된 메타 변화에 직격탄을 맞았다. 이번 롤드컵에서는 난전을 선호하고, 재빠르게 스노우볼을 굴려 나가는 팀들이 탄력을 받았다. 반면 젠지가 갈고닦아온 우직한 운영 방식은 큰 힘을 쓰지 못했다.

젠지는 결국 이번 롤드컵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1승5패)을 거뒀다.

충격은 곧 선수단 개편 작업으로 이어졌다. 이들은 팀 운영의 중심이었던 ‘앰비션’ 강찬용을 비롯해 ‘하루’ 강민승, ‘크라운’ 이민호, ‘코어장전’ 조용인과 작별했다. ‘몽’ 문창민과도 반 년 만에 계약을 종료했다. 대신 LCK 대표 우승청부사 ‘피넛’ 한왕호와 ‘로치’ 김강희를 영입했다.

주전 멤버 절반 이상이 팀을 나갔으니 대대적 변화가 불가피하다.

새로 합류한 한왕호는 젠지의 변화를 주도할 인물이다. 그는 주도적인 움직임으로 상대 정글을 누비는 선수다. 젠지에 부족했던 공격 성향, 변수 창출 측면에서 보탬이 될 전망이다. 최우범 감독과는 2018 아시안게임에서 한솥밥을 먹었던 만큼 적응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바텀 라인에도 시선이 쏠린다.

소환사의 협곡 안팎에서 어머니 역할을 자처했던 조용인이 떠났다. 만 18세 신인 ‘라이프’ 김정민이 주전 자리를 꿰찼다. 김정민은 솔로 랭크 1위 출신 유망주지만, 실전 경험이 전무하다는 점이 불안요소다. 지난해 KeG 대회에 출전해 3위에 입상한 게 유일한 경력이다.

어느덧 프로게이머 4년 차 시즌을 맞이하는 박재혁의 책임감이 막중해진다. 그동안 박재혁은 조용인과 ‘레이스’ 권지민 등 경력자들과만 합을 맞춰왔다. 그러나 이번 대회부터는 후배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위치가 됐다.

박재혁의 야스오 등 비(非) 원거리 딜러 챔피언 활용 여부도 관전 포인트다. 젠지는 비 원거리 딜러가 득세했던 올해 LCK 서머 시즌에도 원거리 딜러 사용만을 고수했다. 오프시즌 동안 숙련도를 끌어올렸을 비 원거리 딜러는 젠지의 밴픽 스펙트럼을 넓혀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날 젠지와 맞붙는 샌드박스(前 배틀코믹스)는 지난 9월 ‘2019 LCK 스프링 시즌 승강전’을 통해 LCK 아레나에 합류한 팀이다. 지난 19일 다중 채널 네트워크(MCN) 전문회사 샌드박스에 공식 인수됨과 동시에 팀명을 바꿨다.

샌드박스는 정글러 ‘온플릭’ 김장겸과 미드라이너 ‘도브’ 김재연 중심으로 게임을 풀어나가는 팀이다. 올 서머 시즌에는 ‘챌린저스의 kt 롤스터’라고 불렸을 만큼 공격적인 운영을 선보였다. 그러나 후반에 미끄러져 다 잡았던 경기를 내주기도 했다.

샌드박스는 이번 오프 시즌에 탑라이너 ‘와이저’ 최의석, ‘서밋’ 박우태, 바텀 듀오 ‘고스트’ 장용준, ‘토토로’ 은종섭을 새로 영입해 10인 로스터를 구축했다. 지난 19일 치렀던 1라운드 16강 위너스전에는 김장겸 대신 ‘크러시’ 김준서가 출전했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