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에 칼 맞을 뻔한 편의점 알바' 사연이 공분 산 이유

입력 2018-12-24 08:16 수정 2018-12-24 15:02
24일 새벽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올라온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 올린 사진. 실랑이를 한 손님이 칼을 들고 나타난 장면은 편의점 내부 CCTV에 고스란히 찍혔다. 흉기는 모자이크 처리했다. 인터넷 커뮤니티 캡처


편의점에서 새벽 시간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칼 든 손님에게 위협을 당했다는 사연이 인터넷에 올라와 공분을 자아냈다. 이 아르바이트생은 “협박만 있었고 직접적인 위해가 없었다면서 출동한 경찰이 자신과 점장을 두고 돌아갔다. 강서구 PC방 살인 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알겠더라”며 한탄했다. 그러나 경찰은 “아르바이트생과 점장을 두고 그냥갔다는 것과 피의자 구속 사유가 부족하다고 말한 것은 오해에서 비롯된 일”이라고 해명했다.

자신을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이라고만 소개한 A씨는 24일 새벽 커뮤니티 ‘에펨코리아’에 자신이 이날 당한 일이라며 편의점 내부 CCTV에 찍힌 사진 2장을 공개했다. 지역 등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A씨가 올린 사진에는 20㎝ 정도는 돼 보이는 칼을 들고 있는 매장 안에 선 남성의 모습이 담겼다. CCTV 화면에는 12월24일 오전 0시2분이 찍혔다. A씨는 늦은 밤 술을 사는 손님에게 신분증 검사를 했는데, 이 손님이 이내 매장에 와서 “단골을 왜 못 알아보느냐”고 항의해 서로 말다툼을 했고, 이후 손님이 칼을 들고 다시 왔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칼을 든 손님에게 멱살을 잡힌 채 구석에 몰렸다고 한 A씨는 “방법이 없다고 생각해 무조건 살려달라고 몇 분 동안 빌었다”면서 “그러나 손님은 ‘난 언제든지 사람 죽일 수 있다’며 협박했다”고 했다.



그러다가 손님은 “다음에 또 그러면 죽여 버린다”고 하고 그대로 나갔다고 했다. A씨는 편의점 문을 걸어 잠그고 바로 경찰에 신고했다. 그러나 경찰의 미흡한 대응에 두려움에 떨었다고 주장했다.

A씨는 “조사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가해자가 칼 들고 찌르려고는 하지 않고 협박만 했네요?’는 식으로 말했다”면서 “또 경찰이 범인이 잡히기도 전에 나와 점장만 놓고 전부 철수했다”고 했다. 그는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이 왜 일어났는지 알겠더라”며 분노했다.

A씨는 “점장님이랑 함께 문 잠그고 손님 올 때마다 문 열어주면서 두시간 동안 기다렸다”면서 “두시간 뒤에 경찰에 연락해 범인이 잡혔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A씨는 자신을 협박한 손님이 조울증 증세를 호소해 정신 병원에 입원했으며, 3일이 지나면 병원에서 나오게 된다면서 불안해했다. 그는 “(경찰은 용의자를) 구속 수사하기엔 사유가 부족하다고 말했다”면서 “검찰이 기소하기 전까지 그 손님은 자유의 몸이다. 경찰에게 ‘그동안 내가 보복받으면 어쩔거냐’고 따지니까 그런 최악의 상황은 생각하지 말라는 말을 하더라”고 기막혀했다.

이 게시물에는 3시간이 채 지나기도 전에 500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경찰의 미흡한 대처를 비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 이었다. 이 사연은 여러 커뮤니티로 퍼지면서 논란을 낳았다.

그러나 경찰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가해자가 칼로 찌르지 않고 협박만 했다’는 식의 경찰 발언은 피해자 진술을 청취하는 과정에서 나온 것을 피해자가 오해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경찰이 점장에게 “영업을 그만하고 문을 닫을 것”을 제안했지만 점장이 피해자와 편의점에 남아있겠다고 해서 경찰이 “주변을 순찰하고 있으니 무슨 일이 생기면 바로 연락 달라”고 당부한 뒤 인근 여관을 수색했다고 밝혔다. 사건 발생 1시간 여만에 피의자를 검거했으며, 피의자가 정신 질환으로 약을 먹은 적이 있고 분노 조절을 하지 못하는 등의 행동을 보여 피의자를 응급입원 조치를 시켰다고 덧붙였다. 피해자가 피의자 불구속 상태를 걱정해 신변 보호 요청 등을 사건 절차를 얘기해 줬다고 했다.

경찰은 “피의자의 정신질환 감정을 신청해 결과에 따라 신병처리를 할 예정”이라고 했다.

이날 오후 3시 현재 에펨코리아에 처음 올라왔던 사연은 사라졌다. 경찰 관계자는 “작성자가 이날 오전 경찰을 직접 찾아왔고, 이야기를 나눈 뒤 오해를 풀었고, 이후 삭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