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펜션사고 문제는 보일러 급기관…벌집에 막히고 설치도 엉망

입력 2018-12-23 16:38

강릉 아라레이크펜션 내 설치 돼 고등학생 3명의 목숨을 앗아간 보일러의 급기관이 벌집으로 막혀 있었을 뿐 아니라 시공 자체도 잘못돼 있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급기관이란 외부 공기가 보일러 안으로 유입되는 통로를 가리킨다.

중앙일보는 한국가스안전공사 고위 관계자의 증언을 통해 “공기가 잘 통하도록 급기관이 확보돼 있어야 하는데 사고가 난 보일러는 바깥 공기가 유입되는 입구가 벌집으로 막혀있었다”며 23일 보도했다.

이 관계자는 “입구가 막혀 일정 수준의 산소가 유입되지 않아 불완전연소가 일어났고, 그 결과 마감이 제대로 안 된 연통이 떨어져 나가면서 일산화탄소가 누출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예전에 새가 급기구 속에 집을 지으면서 일산화탄소 중독 사고가 발생한 적이 있다”면서 “그 이후부터 가스보일러 급기관 입구를 16㎜로 좁혀놨지만 이번엔 그 틈으로 벌이 들어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보일러가 정상적으로 작동하려면 적당량의 산소가 들어올 수 있도록 급기관이 잘 뚫려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보일러 본체와 배기가스가 밖으로 나가는 배기관을 열에 강한 실리콘으로 마감하고, 스테인리스 밴딩으로 잘 고정해야 하지만 사고 보일러는 그렇지 않았던 것으로 경찰 조사 결과 드러났다.
사고 펜션에 설치된 보일러의 급기관 등의 시공이 처음부터 잘못돼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MBC보도 캡처)

20일 보도된 MBC뉴스를 통해서 설치 매뉴얼조차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던 사고 보일러의 문제점도 드러났다. 보도에 따르면 빗물 등의 유입을 막기 위해 급기관이 배기관보다 높게 연결돼 있어야 하지만 사고 보일러는 옆쪽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급기관 연결부분도 위쪽을 향해야 하지만 배기관 아래쪽으로 축 처지게 시공됐다고 전문가는 지적했다.

경찰은 사고가 난 보일러 설치업자와 안전점검을 담당했던 가스공급업체를 상대로 보일러 설치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여부와 안전점검에 문제가 없었는지를 수사 중이다.

임보혁기자 bosse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