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압박 약해지나?’ 펜스 부통령, 북한 인권유린 연설 취소해

입력 2018-12-23 16:01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지난달 15일 싱가포르에서 열린 동아시아 정상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뉴시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이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한 연설 일정을 돌연 취소했다.

ABC뉴스는 22일(현지시간) 펜스 부통령이 일정대로라면 지난주 북한의 인권유린에 대해 연설을 해야 했지만, 해당 일정이 취소됐다고 보도했다.

펜스 부통령 측 관계자는 “다른 일정과 겹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외교에 정통한 소식통은 ABC뉴스에 “북한을 화나게 하거나 소외시킬 수 있다는 점, 비핵화 대화를 탈선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일정 부분 작용했다”고 밝혔다.

이는 미국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추진을 위해 북한을 인권 문제로 자극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인권 단체들은 펜스 부통령의 연설 취소가 인권 유린에 대한 압박을 풀어주려는 신호가 될까 우려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앞서 이번 달 중순까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행정부는 북한에 대해 강력한 제재를 가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10일 최룡해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과 정경택 국가보위상, 박광호 노동당 부위원장 겸 선전선동부장 3명을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 제재는 북미협상이 본격화된 이후 트럼프 행정부가 북한의 인권 문제에 관련해 실행한 첫 제재 조치다. 미 국무부는 북한을 ‘종교자유 특별우려국’으로 재지정했다. 지난 17일에는 유엔 총회 본회의에서 북한인권결의안이 표결 없이 전원합의로 채택됐다. 북한은 선전 매체를 통해 불편함을 드러냈다.

최근 미국은 북한에 유화적 손짓을 보내고 있다. 21일 방한한 스티븐 비건 국무부 대북정책 특별대표는 인도적 지원을 위해 ‘북한 여행 금지 조치’ 완화를 검토한다고 밝혔다. 이어 한미 워킹그룹 회의에서는 남북 철도 연결사업 착공식과 남북 유해 발굴 사업, 타미플루 제공 등에 대한 제재 면제에 합의했다. 그는 “우리는 북한과 다음 단계의 논의를 하고 싶다”며 “북미대화 재개 시 2차 북·미 정상회담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라디오 방송을 통해 “(2차 북·미 정상회담이) 새해 첫날로부터 그리 머지않아 이뤄질 것이라 믿는다”고 북한에 긍정적 신호를 보냈다. 다만 “인도적 지원 촉진이 제재 완화를 뜻하는 것은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ABC뉴스는 “트럼프 행정부가 비핵화 협상이 (인권 문제 등보다) 우선이라고 말해 온 건 사실”이라며 “현재의 교착상태를 고려할 때 미 행정부가 비핵화 대화를 진전시키기 위해 인권 관련 압박 완화 등을 포함한 조치들을 취하는 데 기꺼이 합의해 줄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슬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