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이야!” 여성들 구하고 끝내 나오지 못한 천호동 업주

입력 2018-12-23 09:40 수정 2018-12-23 21:57
서울 천호동 성매매 집결지에서 1명이 숨지고 4명이 부상(오후 2시현재)을 입는 화재가 발생했다. 22일 오후 서울 강동구 화재현장에서 경찰 과학수사대와 소방 화재조사반이 함께 화재조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22일 천호동 성매매업소 밀집 지역에 있는 2층짜리 건물에서 화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중태에 빠졌다. 성매매 업주 박모(50)씨가 자고 있던 여성들을 깨워 밖으로 피신시켰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빠져나오지 못한 채 현장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사망한 박씨는 이들을 깨우기 위해 2층으로 올라가 “불이야! 나와라!”라고 외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4분쯤 서울 천호동 성매매업소 건물에서 불이 났다. 이 불로 당시 건물에 있던 여성 6명 중 업주인 박씨가 숨졌다. 이날 오후 중상을 입은 3명 가운데 A씨(46)가 끝내 숨지면서 사망자는 모두 2명으로 늘어났다. 1명은 현장에서 빠져나왔고, 나머지 1명은 경상을 입고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에 따르면 업주는 현장에서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현장에서 심폐소생술(CPR)을 실시했지만, 병원에서 사망진단을 받았다.

건물 1층에서 발생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번 불은 1층 업소 내부를 완전히 태우고 16분 만에 진화됐다.

이차성(64) 집장촌 상인회장은 “해당 건물은 1층에 방 3개, 2층에 방 5개가 있는데 다 좁다. 사망한 박씨는 해당 업소 사장으로, 불이 났다고 계속 나오라고 소리를 질렀는데 본인이 결국 못 나왔다고 들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 근방은 천호2지구 재건축 지역으로 다 철거 예정이 돼 있는 곳이다. 바로 옆 세탁소도 오는 25일 건물을 비우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불이 난 지역은 이른바 ‘텍사스촌’으로 불리는 성매매 업소 밀집 지역이다. 이 일대는 재개발구역에 포함돼 25일 철거를 앞두고 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