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성 군수에게 전달해달라며 업자가 건넨 뇌물 중 일부를 중간에 가로채 마당 땅속에 묻은 김치통과 집 다락방에 숨겨뒀던 전직 공무원이 항소심에서 감형을 받았다.
23일 광주지법 제4형사부(항소부·부장판사 임주혁)는 제3자 뇌물취득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벌금 2000만원을 선고받은 전남 보성군 전 공무원 A씨(50)에 대한 항소심에서 원심을 깨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했다.
또 압수된 땅속 보관 김치통 현금 뭉치 1개, 땅속 보관 죽 용기 속 현금 뭉치 1개, 벽장 속 보관 현금 뭉치 1개를 각각 몰수했다.
A씨는 2017년 3월 말부터 같은 해 4월 초순까지 광주 모 커피숍 주차장에서 업자 B씨로부터 보성군에서 발주하는 관급계약을 체결할 수 있도록 이용부 당시 보성군수에게 전달해 달라는 명목과 함께 현금 50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 같은 사실을 비롯해 2016년 9월부터 2017년 7월까지 보성군과 관급계약을 체결했던 B씨 등으로부터 같은 명목으로 총 20여 회에 걸쳐 합계 2억2500만원을 건네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건네받은 돈 중 일부 금액(7500만원)을 김치통과 죽 용기에 담아 집 앞 땅속 등지에 감춰뒀던 것으로 조사됐다.
1심은 “보성군 행정에 대한 군민의 신뢰가 현저히 훼손된 만큼 A씨는 그에 합당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다만 수사기관에서부터 자신의 범행을 모두 인정하며 수사에 적극 협조한 사실, 돈을 받는 과정에서 적극적인 요구를 하지 않았던 점,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은 사실, 깊이 반성하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벌금 2000만원을 선고했다.
A씨는 원심의 형이 너무 무거워 부당하다며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범행의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범행 횟수가 수회에 이르고 건네받은 금품의 액수도 상당한 점 등을 참작하면 A씨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다만 “범죄전력 없는 초범으로 잘못을 깊이 뉘우치고 있는 점, 상급자인 군수의 지시를 받아 뇌물을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에 그쳤을 뿐이며 개인적으로 취득한 이익은 없는 점, A씨가 큰 용기를 내 수사기관에 자수함으로써 관련 범행의 전모가 드러나게 된 점, 공무원으로서 장기간 성실하게 직무를 수행해온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며 감형 이유를 설명했다.
한편 지난 13일 광주지법 순천지원 제1형사부(부장판사 김정아)는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의 혐의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뇌물)로 구속기소 된 이용부 전 보성군수에 대해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3년을, 뇌물수수 혐의에 대해서는 징역 5년을 각각 선고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 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