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파일] 한방복합 칵테일 요법, COPD 폐기능 개선 효과 발휘

입력 2018-12-22 11:19
만성 폐쇄성 폐질환(慢性閉鎖性肺疾患·COPD)은 회복될 수 없는 기도 폐색으로 인하여 폐기능이 서서히 저하되는 병이다. 유해한 입자나 가스 흡입에 의해 폐에 비정상적인 염증 반응이 일어나면서 그로 인해 폐기능이 떨어지게 되고 숨 쉬기도 힘들어지는 호흡기 질환의 일종이다. 폐기종, 만성 기관지염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COPD는 보통 시간이 지남에 따라 상태가 악화되는 경향을 보인다. 주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가래 등이다. 또 만성 기관지염 환자 중 상당수가 만성 폐쇄성 폐질환 증상을 나타낸다.

COPD를 일으키는 주 원인은 흡연이다. 대기오염과 유전과 같은 위험요인도 있지만 강도면에서 흡연의 위험도에 미치지 못한다.

진단은 폐기능검사 결과 폐활량이 눈에 띄게 떨어졌을 때 내려진다. 섬유화 현상으로 폐기능 저하가 지속적으로 일어나는 것이어서 천식과 달리 폐 기류의 감소는 약물을 써도 좀처럼 좋아지지 않는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피하려면 익히 알려진 병인들에 대한 노출을 줄이는 것이 가장 현명하다. 무엇보다 먼저 직·간접 흡연을 피하고 실내외 공기의 질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미세먼지가 보통 수준에서 나쁜 수준으로 범람하게 되면, COPD 등 호흡기질환의 입원 비율이 2배 이상 증가한다는 보고가 있다(서울아산병원 호흡기내과).

현재 일본에서는 인구 1억3000만 명 중 800만여 명, 한국은 인구 5000만 명 중 56만여 명(65세 이상 노인 중 약 7%)이 COPD로 인해 각각 숨쉬에 어려움을 겪고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어느 나라, 누구든지 치료를 위해선 금연이 필수적이다. 수시로 좋은 공기를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된다. 환자 상태에 따라 기관지확장제, 스테로이드제 등 약물요법을 적절히 사용하기도 한다.

최근에는 중증 환자들을 대상으로 폐이식도 시도되고, 부작용 없는 증상 개선을 위해 한방 복합 약물요법도 조심스럽게 시도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대표적인 것이 일본동양의학회와 대만동양의학회 등이 세계 각국에서 개최한 동양의학(전통의학)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돼 주목을 받은 복합한약 칵테일 요법이다.

필자가 중증 COPD 환자들을 대상으로 일본 오사카의대병원 호흡기내과 후지와라 쇼코(藤原瀼子) 교수, 도쿄도립 히로오병원 호흡기내과 아난 에이치로(阿南榮一郞) 교수 등과 공동으로 연구한 결과다.

소염 작용과 기침, 가래 해소 등 숨통 개선에 도움을 주는 한약들을 복합적으로 투여해 숨길을 시원하게 열어주는 복합한약 칵테일 요법은 환자의 삶의 질(QOL) 개선 효과도 뛰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조사결과 치료 전 3점 수준에 머물러 있던 QOL지수가 복합 한약 칵테일요법 치료 후 9점 수준까지 무려 6점이나 높아진 것으로 밝혀졌기 때문이다.

더욱이 주목되는 것은 이 같은 효과가 인종과 환경에 구애됨 없이 대등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다음 일본인과 한국인 환자 사례를 보자.

케이코(慶子·53) 씨는 현재 일본에서 공인회계사(CPA)로 활동하는 커리어 우먼이다. 일본 가나가와시에 거주하는 친지 소개로 COPD 치료에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 복합한약을 처방받기 위해 필자를 찾아왔다.

게이코씨는 COPD로 2008년 부터 수시로 잦은 기침과 가래는 물론, 호흡곤란 증상으로 고통을 받는 가운데, 갑자기 천식 발작과 함께 ‘색색’ 하는 천명 증상이 심해서 병원 응급실로 여러 번 실려가곤 했다고 털어놨다.

그 때마다 응급 기관지확장 치료로 호흡을 유지해왔으나, 천식 발작에 COPD 증상까지 겹쳐서 더 이상 살기가 싫을 정도로 괴롭다고 했다.

게이코씨에게 필자가 개발한 복합한약 처방 ‘김씨녹용영동탕’과 ‘김씨공心단’을 복합 처방하고 전자 뜸과 전자 침, 그리고 기관지, 폐 경락을 자극하는 레이저요법을 병용하도록 권했다.

케이코씨는 한 달에 한번 씩 비행기를 타고 도쿄에서 서울로 날아와 호흡재활 치료와 한방 탕약 칵테일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놀라운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치료 개시 두 달째부터 그토록 그를 수시로 괴롭히던 기침과 가래가 잦아들고 호흡곤란 증상도 눈에 띄게 호전된 것이다. 뿐만 아니라 숨이 막혀 가슴이 답답하던 증상도 없어졌다.

게이코씨는 이제 홍콩, 싱가포르 등 동남아 국가는 물론 미국과 유럽까지 비행기를 타고 장시간 오가는 여행도 불편하지 않게 됐다고 지인을 통해 소식을 전해왔다.

검사 결과 게이코씨의 QOL 지수는 치료 전 3~4점 수준에서 치료 후 9.5점 수준으로 좋아졌고 SPO2(호흡혈액산소) 수치 역시 94%에서 98%로 올라간 것으로 나타났다. 또 혈압은 90/65㎜Hg에서 120/86㎜Hg으로 개선되고, 심폐기능도 30% 이상 향상된 것으로 측정됐다.

필자는 재발을 막기 위해 김씨영동녹용탕을 6개월간 더 복용하도록 권유했다.

김○성(74·서울 서초구 방배동) 씨는 35년 경력의 택시기사다. 담배를 18세때부터 피웠다. 44년 전 70세 때 COPD 진단을 받고 담배를 끊기까지 하루 한두 갑씩 담배를 피워 온 해비 스모커였다.

김씨는 5년 전 만성 기침이 폐쪽에 문제가 생겨서가 아니라 담배를 피우는 것이 원인인 줄 알고 방치하다 병을 키운 케이스다.

급기야 가슴이 조이는 듯 아프고 숨쉬기가 힘들어 동네병원 내과를 방문, 기침 약을 먹긴 했으나 치료에 큰 진전이 없어서 모 대학병원을 찾게 됐고, 거기서 기관지확장증과 폐섬유화증에 의한 COPD 진단을 받았다.


이후 산호흡입 치료와 함께 기침 발작을 억제하는 진해 치료를 받았으나 그때 뿐, 점점 더 숨이 차올라 택시 운전도 포기한 상태에서 필자를 찾아왔다.

김씨에게도 게이코와 마찬가지로 한방복합 칵테일 요법을 쓰기로 하고 김씨녹용영동탕과 김씨공心단을 처방했다. 아울러 호흡재활 치료를 위해 주 2회 전자침과 뜸 치료를 받도록 하고, 숨길을 편하게 열어주는 레이저요법을 병용했다.

검사결과 그는 처음 방문 시 호흡혈액산소(SPO2) 농도가 86%를 기록, 정상범위(95%)에 미치지 못했고, 폐기능도 45%에 불과한 상태인 것으로 측정됐다. 165㎝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46㎏에 머물렀다.

김씨 역시 복합한약 칵테일 치료 후 전신상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복합한약을 복용한 지 4개월만에 몸무게가 51㎏으로 늘어났고, 입맛도 돌아오게 됐다며 좋아하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물론 호흡곤란 증상도 많이 개선됐다. 김씨는 곧 택시 운전도 재개할 수 있을 정도로 건강을 회복했다.



피부과 의사인 이모(67)씨는 매일 40명 이상 레이저 시술을 하며 화학약품과 가스에 40여 년간 노출된 것이 원인이 COPD 진단을 받게 된 환자였다.

다른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만성 기침과 가래, 심한 호흡곤란 증상을 호소해 김씨녹용영동탕과 김씨공심단을 처방했다.

6개월 동안 복합한약 칵테일 치료와 주2회 전자침뜸 위주의 호흡재활 치료 후 이씨의 폐기능도 눈에 띄게 좋아졌다. 우선 기침과 가래 횟수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호흡도 예전 건강했을 때 수준으로 회복된 것이다. 체중도 6개월 만에 7㎏이 늘었다.

이씨의 현재 호흡산소포화도는 98% 수준으로 정상범위다. QOL지수도 9점대로 향상돼, 현업에 잘 적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