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질’ 한 건가, 당한 건가…김정호 의원이 실검에 오른 이유

입력 2018-12-22 10:25 수정 2018-12-22 10:26
페이스북 캡처

김정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공항 직원들에게 ‘갑질’을 했다는 보도가 나와 인터넷 포털 사이트 실시간 검색어에 오르내리고 있다.

조선일보는 목격자의 증언을 인용해 김 의원이 지난 20일 김포공항에서 공항 직원들을 상대로 고함을 치고 욕을 하는 고압적인 언행을 했다는 주장이 나왔다고 22일 보도했다. 김 의원은 조선일보에 오히려 자신이 갑질을 당했다고 반박했다.

보도에 따르면 목격자들은 김 의원은 지난 20일 오후 9시쯤 김포공항 국내선 건물 3층 출발장에서 9시30분에 출발하는 김해공항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다른 승객들과 함께 줄을 서 있었다고 전했다. 이때 공항 직원이 김 의원에게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시해달라고 요청했고 김 의원은 탑승권을 제시하며 신분증을 지갑에 넣은 채 보여줬다.

이에 공항 직원이 ‘신분증을 지갑에서 꺼내 보여줘야 한다’고 했지만 김 의원은 이를 거부했다. 지갑 속에 있지만 신분증이 보인다는 이유였다. 김 의원은 “내가 왜 꺼내야 하느냐. 지금까지 한 번도 꺼낸 적이 없다”며 “내가 국토위 국회의원인데 그런 규정이 어디 있다는 것인지 찾아오라”며 언성을 높였다.

이를 지켜보던 다른 승객들은 “그거 꺼내는 게 뭐 힘드냐. 빨리 꺼내라”라고 한 것으로 전해졌다. 소란이 일자 다른 공항 직원들도 모여 들었고 직원들이 두꺼운 규정 책자를 갖고 왔지만 규정을 찾는데 시간이 걸렸다.

이에 김 의원은 “빨리 관련 규정 안 찾고 뭐 하냐. 이 새X들이 똑바로 근무 안 서네”라며 “너네가 뭐가 그렇게 대단하다고 고객한테 갑질을 하냐. 책임자 데려와라”고 소리를 질렀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김 의원은 또 곁에 있던 보좌진에게 “야, 공사 사장한테 전화해”라고 했고 직접 휴대전화를 꺼내 공항 직원들 얼굴 사진까지 찍었다고 했다.

탑승 시간이 임박하자 김 의원은 보좌진에게 “마무리 잘하라”고 말한 뒤 탑승장으로 들어갔다고 한다. 김 의원은 결국 신분증을 별도로 꺼내 보여주지 않은 셈이다. 공사 측은 사건 이튿날인 21일 김 의원 사무실로 찾아와 자초지종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김 의원은 조선일보에 “일방적으로 내가 무례한 갑질을 당했다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김 의원은 또 “현직 국회의원 신분을 밝혔고 의원 배지도 달고 있었는데 명색이 국토위 위원인데 듣도 보도 못한 규정을 얘기하면서 고압적으로 신분증을 지갑에서 빼달라고 하기에 갑질하는 것 아니냐고 항의했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욕은 하지 않았다”고 한 김 의원은 “그런 규정을 제시하지 못하길래 화를 내고 ‘없잖아요!’라고 언성을 높였을 뿐”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또 “한국공항공사 사장에게 직접 전화했고 바로 통화가 되지 않았지만 나중에 전화가 왔길래 ‘규정도 없이 근무자들이 고객한테 갑질을 하는데 정확하게 조사해서 조치하시라’고 했다”며 “시민을 대표해 항의 한 것”이라고 했다.

한국공항공사의 ‘항공기표준운영절차’ 매뉴얼엔 항공경비요원의 탑승객 신분 확인 절차에 대해 ‘승객이 오면 인사를 한 뒤 탑승권과 신분증을 제출토록 안내하고 두 손으로 탑승권과 신분증을 받고 육안으로 일치 여부를 확인하되, 위조 여부 등도 확인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해당 공항 직원은 위·변조 가능성을 확인하기 위해 신분증을 빼서 보여 줄 것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페이스북 캡처

한편 김 의원은 지난 6월 김경수 경남지사의 지방선거 출마로 공석이 된 김해을 지역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초선 의원이다. 김 지사는 김 의원에게 지역구를 넘기며 “김 의원은 봉하 지킴이이자 노무현·문재인 두 대통령과는 나 보다 더 가까운 사람”이라고 했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