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수원-동부지검 흩어진 ‘靑 특감반 의혹’

입력 2018-12-22 06:00


자유한국당이 청와대 특별감찰반에서 민간인을 불법 사찰한 의혹이 있다며 청와대 관계자들을 고발한 사건이 서울동부지검으로 보내졌다. 이로써 전 특감반원 김태우 검찰 수사관으로부터 비롯된 의혹을 푸는 작업은 대검 감찰본부부터 수원·동부지검까지 각기 분산됐다.

21일 대검찰청에 따르면 문무일 검찰총장은 자유한국당이 고발한 사건을 동부지검으로 이송할 것을 지시했다. 한국당은 전날 청와대 특감반의 민간인 사찰 의혹과 관련해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국 민정수석, 박형철 반부패비서관, 이인걸 특검반장을 직권남용과 직무유기 혐의로 고발했다.

한국당이 애초 고발장을 접수한 곳은 서울중앙지검이었다. 고발 대상 사건이 벌어진 장소(청와대)나 임 실장·조 수석 등의 주소지를 기준으로 봐도 관할지는 서울지검으로 볼 수 있다. 이런 사건을 동부지검으로 이송키로 한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윤석열 서울지검장과 박 비서관의 관계에 있다. 윤 지검장과 빅 비서관은 박근혜정부 시절 원세훈 전 국정원장 댓글 개입 의혹 사건 수사팀에서 특별수사팀에서 팀장과 부팀장으로 있었다.

검찰 관계자는 “서울지검에서 수사할 경우 (두 사람 관계가) 또 다른 뒷말을 낳지 않겠냐는 고민이 있었다”고 말했다. 수사 공정성을 위해서 사건을 서울지검에서 다른 곳으로 이송해야 했다는 설명이다. 수사 관할 기준 상 사건을 보낼 수 있었던 곳으로 피고발인 중 한명인 박 비서관이 사는 주소지가 있는 동부지검이 선택됐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적 논란 소지가 큰 사안이라는 부담도 작용했다. 수사를 통해 어떤 결론을 내리더라도 환영받지 못할 게 예견되는 상황에서 통상 언론과 국회 등 주목을 받는 서울지검에 사건을 맡기긴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검찰 관계자는 “지금 구도에서 어떤 그림으로 수사를 해도 만족스럽기 어렵지 않겠나”고 전했다. 서울지검이 사법농단 의혹,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 수사 등을 맡고 있어 인력 여건 상 큰 수사를 더 맡기기 어렵다는 현실론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20일 특감반 비위 의혹의 시작인 김태우 검찰 수사관을 청와대가 고발한 사건도 서울지검 형사1부에서 수원지검으로 재배당됐다. 그 때 역시 김 수사관이 현재 서울지검에 근무하고 있는 점, 특감반 총책임자인 박 비서관과 윤 지검장의 관계 등으로 인한 공정성 논란을 고려했다는게 검찰 설명이었다. 수원지검은 김 수사관 주소지 관할이다.

이에 따라 한국당이 고발한 사건과 청와대가 고발한 사건이 각각 다른 검찰청에서 따로 수사가 진행되게 됐다.
한국당 의원들은 특감반 관련 사건들을 모두 서울지검에서 병합해 수사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검찰은 청와대가 특감반을 통해 민간인을 사찰했는지 여부를 고발한 사건과 김 수사관이 공무상 비밀을 누설했다며 고발한 사건 사이 법률적 관련성이 없어 병합이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그런가 하면 특감반 의혹의 시작점인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은 현재 대검 감찰본부에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대검 감찰까지 포함하면 김 수사관으로부터 비롯된 의혹 사건들은 대검-수원지검-동부지검까지 세 곳으로 흩어진 셈이다.

다만 대검 감찰 사건은 김 수사관의 비위 의혹에 관한 것인 만큼 조사 결과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 수원지검으로 넘겨질 가능성이 크다. 감찰본부는 이르면 다음주 중 조사를 마무리하고 문 총장에게 보고할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감찰이 마무리되면 큰 틀에서 검찰 수사는 청와대가 주장하는 김 수사관 비위 의혹 수사 한 갈래(수원)와 야당이 고발한 청와대 비서진들 관련 의혹 한 갈래(동부), 두 트랙으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