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제주에서 발생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살해 피의자 박모(49)씨가 21일 구속됐다.
박씨는 사건 당시 유력한 용의자였지만, 증거가 없어 풀려났다. 이후 재수사를 통해 지난 5월 구속영장이 신청됐지만, 법원은 증거 불충분을 이유로 영장을 기각했다. 하지만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피의자와 피해자의 접촉을 증명할 수 있는 섬유 미세 증거를 추가로 확보한 뒤 구속영장을 재청구했고 박씨는 사건 발생 9년 만에 구속됐다.
제주지방법원 임대호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강간살인 등의 혐의로 검찰이 청구한 박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법원은 “사안이 중대하고 도주의 우려가 있다”며 “(지난 5월) 영장 기각 이후 범죄 혐의를 소명할 증거가 추가된 점을 고려했다”고 발부 사유를 밝혔다.
경찰은 핵심적인 증거를 섬유 조직으로 제시했다. 양수진 제주지방경찰청 강력계장은 이날 “피해자의 신체와 가방, 치마 등에서 피의자의 섬유 조직이 다수 발견됐다. 또 어깨 같은 사체 발견 당시 노출이 되지 않은 신체 부분에서도 피의자 의류의 섬유가 발견됐다”며 “섬유 조직이 군집을 이루면서 나타나는 경우는 접촉하지 않고는 극히 드문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의자의 차량에서도 피해자와 관련된 섬유가 트렁크, 운전석, 뒷좌석 등 여러 군데에서 다수 발견됐다”며 “이 같은 섬유 증거를 집중적으로 분석했고 법원에서도 상호 교차(접촉)된 증거로서의 신뢰성을 부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양 계장은 그러면서 “물론 섬유 증거만으로 유죄의 직접적인 증거가 되는 것이 아니고 정황증거에 그치긴 하지만 CCTV 자료, 진술 증거 등 여러 정황증거가 포함돼서 유죄 증거로써 증거 능력을 가진다고 법원이 해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박씨는 2009년 2월 1일 제주시 내에서 자신의 택시에 탑승한 보육교사 이모(당시27세·여)씨를 성폭행하려다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피해자 이씨는 2009년 2월 1일 실종됐다가 8일 만에 제주시 애월읍 고내오름 인근 배수로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당시 경찰은 CCTV 및 목격자 탐문 등을 통해 박씨를 유력한 살해 용의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정황 증거만 있을 뿐 직접적인 증거를 찾지 못해 수사의 어려움을 겪었다.
이씨 시신이 발견된 시점으로부터 24시간 이내인 2월 7일에 숨졌다는 부검 결과가 나오면서 같은 날 박씨에게 알리바이가 있었던 것이 확인되자 사건은 미궁에 빠졌고 수사는 3년 4개월 만에 종결됐다.
박씨는 범죄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박씨는 이날 영장 실질심사를 마치고 나와 “오늘 심사에서 내용적으로 보니까 계속 (예전 심사 때와) 같은 내용(증거)을 가지고 아닌 것을 그렇다고 자꾸 의심했다. 굉장히 답답한 심정이다”라며 무죄를 주장했다.
최민우 기자 cmwoo1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