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 나이 인증 놀이 유행 왜? ...“연말 보랩 열풍 속 ‘뉴트로’ 트렌드”

입력 2018-12-23 05:00 수정 2019-01-08 11:37
한 여성이 스마트폰을 보면서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있다. 픽사베이

요즘 SNS에서는 ‘나이 인증’ 놀이가 한창 유행이다. 출생 연도를 짐작할 수 있는 세대 경험을 올리는 것이다. 이 놀이에는 ‘꼰대’ 인간상 패러디까지 가미되면서 퍼지고 있다.

연말인데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보랩) 열풍 속에 과거 문화에 대한 거부감이 없다는 게 증명됐기 때문이다. 복고주의 ‘레트로(Retro)’가 과거를 새로 발견하는 ‘뉴트로(Newtro)’ 트렌드로 진화하는 모습이다.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한 장면.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제공


출판인 한성봉씨는 최근 페이스북에 이런 글을 올렸다. “다늘 하니까 나도... #연말에_나이인증... 내가 강보에 누워 있는데, 4·19가 나서 깜짝 놀랐고, 5·16 때는 걸어서 피난갔다~ ^^.” 4·19혁명이 일어난 1960년 태어나 이듬해 일어난 5·16 군사정변 때는 아장아장 걸었다는 얘기를 재미있게 표현한 것이다.

한씨는 23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다들 하길래 나도 재미로 해봤다. 사람들이 평소에 내 나이를 실제보다 훨씬 어리게 봐서 한번 알려주고 싶은 마음도 있었다”며 웃었다.

그의 글에 달린 댓글도 다 나이와 관련돼 있다. 정모씨는 댓글에서 “저는 엄마 뱃속에서 전태일 열사 분신 뉴스를 들었네요. 나와 보니 세상 참 춥더군요”라고 했다. 전태일 열사가 분신한 1970년 말에 태어났단 얘기다.

한씨는 가상과 현실의 접점이라는 점이 이 놀이의 유행 포인트라고 여겼다. “SNS에서 만나는 대다수의 사람들은 온라인에서만 관계를 맺는데 이 놀이를 통해 각자가 (현실적) 실체라는 것을 서로에게 알려주게 된다. 가상과 현실이 만나는 놀이라서 인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정신과전문의 유은정은 “다양한 문화 속에서 세대 간의 동질성과 차이를 확인하는 놀이”라고 봤다. “서울에서 전차를 탔다” “국민학교를 다녔다” “버스 토컨이 회수권으로 바꼈다” 등 SNS에는 이와 비슷한 ‘나이 인증’ 게시글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2010년대 등장한 복고주의 지향 트렌드 ‘레트로(Retro)’가 ‘뉴트로(Newtro)’로 진화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뉴트로란 ‘새로움(New)’과 ‘복고(Retro)’를 합친 신조어로 과거를 현재 시점에서 재해석해 새로 즐기는 경향을 가리킨다.

드라마 '응답하라 1988' 출연진. tvN 제공


레트로를 잘 보여준 것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다. 2012년 처음 시작된 이 드라마는 1990년대 사회와 문화를 반영한 청춘 드라마로 전 세대에게 큰 인기를 누렸다. 드라마는 갈수록 파편화되는 도시 속에서 이웃 간의 정이 살아있는 공동체를 그려 향수를 불러일으켰다.

대중문화평론가 김헌식은 “예전에는 나이가 많다는 걸 가능하면 숨기고 젊은이의 문화를 따라가는 것이 앞서가는 것으로 이해됐다. 요사이에는 옛날 것이라 하더라도 현재의 새로운 정체성으로 삼거나 차별화된 콘텐츠로 만들 수 있다고 보는 분위기”라고 분석했다. 그는 그 예로 가수 지코를 들었다. 지코는 “조용필 김연자 이은하 조하문의 노래에 음악적인 관심 갖고 있다”고 했다.

근래 이런 분위기를 잘 드러낸 것은 영화 보랩의 폭발적 인기다. 보랩은 19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영국 4인조 남성그룹 퀸의 리드 보컬 프레디 머큐리를 주인공으로 한 음악 영화다.

문화평론가 하재근은 “보랩이 퀸을 좋아했던 40·50대 장년층뿐만 아니라 20·30대 청년층에게도 인기가 있었다”며 “지금 세대도 과거 문화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고 말했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