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국경 장벽에 대한 집착이 결국 셧다운(shutdown·업무정지) 사태를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미 하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요구에 따라 20일(현지시간) 남쪽 국경 장벽 예산 50억 달러(약 5조 6070억 원)가 반영된 긴급 단기지출 법안을 통과시켰지만, 상원의 반대로 셧다운은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고 CBS방송은 보도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상원이 처리한 긴급 단기지출법안의 서명을 거부했다. 멕시코와의 국경 장벽 건설 예산이 빠졌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공화당이 다수인 하원은 긴급 소집돼 장벽 건설 예산 50억 달러가 포함된 예산을 통과시켰다. 국경 장벽 설치를 강하게 주장했던 트럼프 대통령이 이번에는 셧다운을 놓고 ‘벼랑 끝 전술’을 펼친 것이다.
하지만 이 법안은 민주당 의원 대다수가 비토하면서 상원에서는 통과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척 슈머 상원 민주당 원내대표는 “우리는 장벽에 대한 의견을 바꾸지 않을 것”이라며 “우리는 중세시대의 벽이 아니라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국경 보안을 원한다”고 강조했다. 법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려면 전체 의원 수의 3분의 2인 60표 이상이 필요하다.
법안이 상원 통과와 대통령 서명 등을 거치지 못하고 셧다운이 현실화되면 22일 0시부터 미 연방정부 일부가 폐쇄된다. 셧다운은 미국 내무부와 국무부·법무부·농무부·국세청 등에 우선 적용되지만, 당장 모든 연방 서비스가 중단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시카고트리뷴은 “80만명 이상의 연방정부 근로자들이 강제로 무급휴가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닥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미 언론은 셧다운 가능성 때문에 워싱턴에 혼돈에 빠졌다며 트럼프 대통령의 행태를 비판했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어떠한 정치적 고통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이라며 “그의 행동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에게 유해하다는 것을 전혀 모른다”고 보도했다. 이어 “‘국경 안보 대(對) 셧다운’의 프레임으로 자신이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머지 않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고통받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