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일어난 3인조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진상조사단이 문제의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검사는 현재 피해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3인조 강도 사건 피해자들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 누명에 이어 당시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까지 도맡았던 최모 전 검사에게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며 “최 전 검사에게 면죄부를 준 진상조사단의 교체와 책임있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7일 ‘당시 수사를 지휘한 최 전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절차를 어기거나 내용을 조작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을 수용하기로 잠정 결의했고, 조만간 결의내용을 확정, 공개할 예정이다.
최 전 검사는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아 재심을 이끌었던 박준영 변호사에게도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공격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최 전 검사의 주장”이라며 “조사단이 부실 조사로 면죄부를 주자 소송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하고,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가. 저는 이 (최 전 검사의 손해배상) 소송이 불편하지만 위축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례 사건’은 당초 범인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한 최모씨 등 3명이 2016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적장애 장애를 앓고 있는 최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부산지검이 또 다른 용의자 3명을 삼례 사건 진범이라고 넘겼지만,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최씨 등 3명을 기소하고 이후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사는 모두 최 전 검사였다.
진범 3명 중 한 명인 이모(50)씨가 17년 만인 2016년 1월 양심선언을 하면서 삼례 사건은 다시 주목받았고, 최씨 등 피해자들은 재심 재판을 거쳐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국가와 최 전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말 출범한 과거사위원회도 이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