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례 사건’ 피해자와 변호사, 당시 검사로부터 ‘명예 훼손’ 피소

입력 2018-12-21 17:00
21일 오전 11시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치사사건' 대검 진상조사팀 교체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뉴시스

1999년 전북 완주군 삼례읍 나라슈퍼에서 일어난 3인조 강도 사건의 범인으로 몰려 억울하게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이 검찰 과거사진상조사단의 교체를 요구하고 나섰다.

진상조사단이 문제의 사건을 수사한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는 이유에서다. 이 검사는 현재 피해자들을 상대로 명예훼손 관련 손해배상 소송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3인조 강도 사건 피해자들은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살인 누명에 이어 당시 수사를 지휘하고 기소까지 도맡았던 최모 전 검사에게 손해배상까지 해야 할 위기에 몰렸다”며 “최 전 검사에게 면죄부를 준 진상조사단의 교체와 책임있는 사람들의 진심어린 사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진상조사단은 지난 17일 ‘당시 수사를 지휘한 최 전 검사에게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결론을 담은 보고서를 법무부 산하 검찰 과거사위원회에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 과정에서 절차를 어기거나 내용을 조작했다고 볼 만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는 의미다. 과거사위는 진상조사단의 결론을 수용하기로 잠정 결의했고, 조만간 결의내용을 확정, 공개할 예정이다.

최 전 검사는 “명예를 훼손당했다”며 피해자들을 상대로 손해배상금 3000만원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피해자들의 변호를 맡아 재심을 이끌었던 박준영 변호사에게도 소송을 걸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박 변호사는 “최선을 다해 수사했는데 이제 와서 자신을 공격해 정신적 피해를 입었다는 것이 최 전 검사의 주장”이라며 “조사단이 부실 조사로 면죄부를 주자 소송 카드를 들고나온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권력의 잘못된 수사와 기소로 피해를 당한 사람들은 어디에 하소연을 하고, 어떻게 상처를 치유해야 하는가. 저는 이 (최 전 검사의 손해배상) 소송이 불편하지만 위축되지는 않으려고 한다”고 밝혔다.

‘삼례 사건’은 당초 범인으로 몰려 수감생활을 한 최모씨 등 3명이 2016년 재심을 통해 무죄를 선고받으면서 세간에 알려졌다. 검찰과 경찰은 사건 당시 범인으로 지적장애 장애를 앓고 있는 최씨 등 3명을 체포했다. 이들은 같은 해 10월 대법원에서 징역 3∼6년이 확정됐다. 하지만 같은해 11월 부산지검이 또 다른 용의자 3명을 삼례 사건 진범이라고 넘겼지만, 검찰은 “진술의 신빙성이 낮다”며 무혐의 처분했다. 최씨 등 3명을 기소하고 이후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검사는 모두 최 전 검사였다.

진범 3명 중 한 명인 이모(50)씨가 17년 만인 2016년 1월 양심선언을 하면서 삼례 사건은 다시 주목받았고, 최씨 등 피해자들은 재심 재판을 거쳐 2016년 11월 무죄를 확정받았다. 이들은 국가와 최 전 검사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지난해 말 출범한 과거사위원회도 이 사건을 재조사하기로 결정했다.

전형주 객원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