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민 선생은 1905년 대구 출생이다. 대한야구협회 초대 부회장, 아시아 야구연맹 한국 대표 등을 역임했다. 선수 시절 야구와 축구, 육상 등 여러 종목에서 이름을 날렸던 스포츠맨이다. 계성중-배재고-연희전문-식산은행 시절 야구선수로 명성을 날렸다. 1934년 메이저리그 올스타와 일본 올스타 간의 경기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선발되기도 했다. 8·15 광복 이후인 1946년까지 선수 생활을 했다. 1948년 런던올림픽 당시에는 축구대표팀 감독을 맡기도 했다. 1954년 유명을 달리했다.
대한야구협회는 1956년 임시 임원총회를 열고 이영민 선생을 기리기 위해 고교 야구선수권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타자에게 특별상을 주기로 했다. 바로 이영민 타격상이다. 매년 고교야구 주말리그와 전국고교야구대회, 전국 체전 등에 15게임 이상 출전, 6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 가운데 선정된다.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선수 가운데는 프로야구에서 성공한 이들도 꽤 된다. 1959년 수상자인 백인천(75)은 일본 프로야구에서 맹활약한 뒤 귀국해 1982년 4할 이상을 쳤다. 올해까지 유일한 4할 타자로 남아 있다. 1977년 수상했던 이만수(60)는 KBO리그에서 최초로 타격 3관왕에 올랐다.
2004년 수상자인 SK 와이번스 최정(31)은 최근 총액 105억원의 FA 대박을 터뜨렸다. 이듬해인 2005년 이영민 타격상을 받은 LG 트윈스 김현수(30)는 올 시즌 타격왕이다. 2011년 NC 다이노스 박민우(25), 2014년 넥센 히어로즈 송성문(22), 2015년 KIA 타이거즈 최원준(21), 2016년 넥센 김혜성(19) 등이 수상했다.
그러나 이영민 타격상을 받고도 프로야구 세계에서 살아남지 못한 이들도 많다. 일부에선 저주를 언급하기도 한다. 어린 선수 지절 주변의 과도한 기대감과 자신의 실력을 맹신한 본인의 노력 부족 등이 겹친 결과인지도 모른다.
올해 이영민 타격상 수상자는 청주고 최정원(18)이다. NC 다이노스로 진로가 결정됐다. 이영민 타격상 수상으로 재능은 이미 인정받았다. 그러나 프로 세계에서 살아남는 것은 전적으로 자신의 몫이다. 최정원이 제2의 최정, 박민우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