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 충주에 사는 고숙자(가명·81·여) 씨는 얼마 전 말기 퇴행성관절염으로 인공관절 수술을 받았다. 몇 해 전 관절내시경 수술을 받고 그런대로 지내왔는데, 농번기에 과수원 일로 무리를 한 탓인지 올해 들어 무릎통증 때문에 100m도 거동하기가 어려워져서다.
약도 지어먹고 물리치료도 받아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더군다나 점점 무릎이 O자로 변하면서 지속적인 통증 때문에 움직이는 것조차 수월치 않았다. 인공관절 수술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고씨는 인공관절수술이 비교적 큰 수술이고 고령의 나이에 수술 중 피를 많이 흘리면 회복도 많이 더디고, 부작용도 있지 않을까 걱정과 고민이 많았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무수혈 인공관절 치환수술이다. 나이가 많은 고령 환자들도 수혈하지 않고, 합병증, 감염 위험 없이 수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을 듣고 마음이 놓였다.
고씨는 수술 후 병원 내 운동처방사의 꾸준한 재활을 통해 예전과 같이 활동적인 생활로 돌아 갈 수 있었다.
65세 이상 10명 중 7~8명이 앓고 있을 정도로 고령자의 상당수가 퇴행성관절염 때문에 고통을 받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2016 건강보험 통계연보’를 보면 최근 5년간 무릎 관절염으로 치료를 받은 환자가 약 41만명이나 증가했다.
무릎 퇴행성관절염은 연골이 퇴행돼 닳아 뼈끼리 맞닿고, 그 주위 뼈의 퇴행성 변화로 인한 통증 때문에 일상생활이 어려워지는 질환이다. 방치할 경우 관절의 변형까지 초래, 정상적인 활동이 어렵게 된다.
체력적으로 약하고 고혈압, 당뇨, 심혈관계 질환 등 동반 질환을 갖기 쉬운 고령 환자들이 거동이 불편해지면 질환 자체도 큰 문제지만, 거동 제한에 따른 동반질환의 악화나 합병증이 더 큰 문제가 된다.
따라서, 수술 후 빠른 일상복귀는 고령환자가 이러한 위협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매우 중요하다. 약물이나 물리치료 등 보존적 치료를 수개월 이상 받아도 좋아지지 않을 경우, 연골이 심하게 마모되거나 관절의 변형이 온 말기 퇴행성관절염의 경우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해야 한다.
무수혈 인공관절 수술이 그러지않아도 면역력이 떨어지기 쉬운 고령 환자들에게 더욱 관심을 끄는 이유다.
무수혈 인공관절 수술은 수술 중 관절강 내 지혈제 사용으로 출혈량을 감소 되고, 수혈로 인한 부작용과 합병증, 감염 위험 없고 최소 절개와 수술시간 단축이 가능하기에 환자의 회복도 빠른 것이 장점이다. 부득이 수혈이 필요한 경우에도 수술 후 자기 혈액을 확보한 후 혈액세척장치를 사용해 ‘자가수혈’하는 방법이 있다.
자가 수혈의 이점은 간염이나 AIDS같은 수혈로 인한 전파성 질환을 예방할 수 있고, 자신의 피기 때문에 적혈구, 백혈구, 혈소판 등에 의한 동종면역이 생길 가능성도 줄일 수 있다. 수술 전 반복 헌혈 시 우리 몸의 조혈기능도 왕성해지고, 동종 항체에 의한 용혈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가능성도 거의 없다.
무수혈 인공관절 수술은 수혈이 필요한 수술이 갖고 있는 문제를 근본적으로 차단할 수 있는 최신 기법의 수술이지만, 환자 안전을 우선시하는 치료법인 만큼 수술 전 과정을 세심하고 철저하게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정교한 수기가 필요한 만큼 주치의가 풍부한 임상경험을 갖고 있는지, 병원이 시스템적으로 안전을 보장하고 있는지도 사전에 꼭 살펴봐야 한다.
말기 퇴행성관절염 환자들이 마지막 치료 대안일 수 있는 인공관절 수술을 고려할 때는 고령환자의 신체특성을 잘 알 수 있는 경험 있는 전문의를 찾아, 늦기 전에 상담해보길 권한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 ks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