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오전 10시30분 서울 송파구 한국광고문화회관 대강당에 국민연금 4차 종합운영계획을 듣기 위해 수백 명이 몰렸다. 하루 전에 공지된 행사인데도 350부의 설명 자료가 동났다. 국민연금에 대한 높은 국민적 관심을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행사를 주관한 보건복지부는 “지난 14일 언론을 통해 국민연금 개혁안이 공개됐지만 국민들을 직접 모시고 말하는 게 도리라고 생각했다”며 취지를 설명했다.
중장년이 대부분이었지만 젊은 사람들도 간간이 눈에 띄었다. 참석자들은 복지부가 배포한 자료를 꼼꼼히 들여다보며 정부의 설명을 귀담아들었다. 유족연금 중복지급률 인상 얘기가 나왔을 땐 일부 노인들이 고개를 끄덕였고, 기초연금 인상이 언급됐을 때 몇몇 젊은 사람들은 “이게 우리와 무슨 상관이냐”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복지부가 계획한 질의응답 시간은 15분이었지만 질문자가 많아 30분 넘게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박능후 복지부 장관은 전날 세종에서 한 기자간담회에서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현행 유지를 원한다는 게 여론조사에서 나와 현행 유지를 최종안에 포함시켰다”고 했지만 이날 설명회에선 보험료율 인상을 주문한 의견이 의외로 많았다.
한 중년 여성은 “내 보험료가 올라가도 다음 세대에 (부담이) 전가되는 걸 원치 않는다”며 “‘전면 재검토’를 주문한 대통령의 말도 중요하지만 국민의 말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서울 소재 대학 사회복지학과 학생이라고 밝힌 박모(23)씨는 “보험료율 인상은 어쩔 수 없는 것 아니냐”며 “5년에 1% 포인트씩 올리겠다는 정부 안이 오히려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보험료율 인상을 반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국민연금공단에서 인턴 경험이 있다는 김모(26)씨는 “결국 젊은 사람들의 보험료를 올리겠다는 것이어서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설명회에 온 사람도 젊은 사람보단 나이 든 사람이 훨씬 많다”고 했다.
정부가 처음으로 적정 생활비를 제시했다는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됐다. 다만 소득대체율이 여전히 낮다는 점, 출산크레딧 범위가 첫째 아이 6개월에 그쳤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됐다. 한 참석자는 “첫째 아이는 (연금 가입 기간을) 6개월 늘려주고 셋째 아이는 18개월 늘려준다는데 첫째나 셋째나 똑같은 아이들”이라며 “첫째도 18개월 늘려달라”고 제안했다.
행사 진행도 일부 매끄럽지 않았다. 한 중년 남성은 “다음에 설명회 할 땐 장소를 좀 더 넓은 곳으로 해달라”며 “젊은 애들 다 뒤에 세워놓고 뭐 하는 것이냐”고 역정을 냈다.
복지부는 오는 24일 국무회의에서 확정된 국민연금 개혁안을 이달 말 국회에 제출할 예정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보험료율을 어디까지 올려야 할지에 대한 추가적인 전망은 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김영선 기자 ys8584@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