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전 담당자 없는 청와대, 탁현민이 못 나가는 이유 “사람이 없다”

입력 2018-12-22 06:00
탁현민 청와대 의전비서관실 행정관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

청와대 의전비서관 공백이 길어지고 있다.

김종천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이 음주운전 논란으로 사임한 이후, 대통령 의전을 담당하는 총괄 책임자가 한 달간 선임되지 않고 있다. 청와대 안팤에서는 ‘할 사람이 없다’는 고민의 목소리가 나오는 가운데, 조한기 제1부속비서관의 원대 복귀와 장재복 외교부 의전장 기용 가능성도 거론된다. ‘첫눈’이 오면 보내주겠다던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도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형진휘)는 22일 김종천 전 비서관을 벌금 400만원에 약식기소했다고 밝혔다. 김 전 비서관은 지난달 23일 새벽 서울 종로구 효자동에서 술에 취한 상태로 청와대 비서실 소속 차량을 100m가량 운전했다. 당시 김 전 비서관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20%로 면허취소 수준이었다. 약식기소되면 정식재판이 아니라 서면심리만 받는다. 재판부가 검찰의 청구를 받아들이면 벌금형이 확정된다. 김 전 비서관은 경찰에 음주운전이 적발되자 청와대에 바로 사직서를 제출했다. 청와대는 김 전 비서관의 공백으로 11월 말부터 이달 초까지 있었던 체코, 뉴질랜드, 아르헨티나 순방 준비에 상당히 고전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전비서관실은 대통령이 참석하는 각종 행사를 기획·총괄한다. 순방 등 외교 행사의 경우 외교부 의전장실과 협업한다. 올해 세 차례의 남북 정상회담 등 외교 일정이 숨 가쁘게 진행됐고, 내년 초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서울 답방이 예정된 상황에서 의전비서관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다.

청와대 내부에서도 “빨리 의전비서관을 새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큰 것으로 알려졌다. 내년 초 청와대 조직개편이 예정돼 있지만 그전에 의전 총괄자를 선임해 김정은 답방 등을 준비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만 후임 인사를 찾기가 쉽지 않다는 게 청와대 내 기류다. 청와대는 탁현민 의전비서관실 선임행정관의 승진은 검토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4·27 남북정상회담 당시 도보다리 회담을 기획했던 윤재관 선임행정관은 민정수석실로 자리를 옮겼다. 홍상우 선임행정관의 승진설과 함께 전임 의전비서관이었던 조한기 1부속비서관의 복귀도 물망에 오르고 있다. 외교 의전 전문가의 필요성을 고려해 장재복 외교부 의전장도 후보군에 올라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청와대는 새 의전비서관이 결정될 때까지 탁현민 행정관을 잔류시킬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 관계자는 “의전비서관 선임 전까지 탁 행정관의 역할을 대체할 만한 사람이 청와대 내에 없다”고 말했다. 의전비서관실은 대통령 최근방에서 활동하기 때문에 경력 쌓기에 좋은 부서지만, 업무가 고되 제1부속실 등과 더불어 청와대 내 3D 부서로 불린다. 또 대통령 의전 과정에 실수를 범할 경우 표시가 크게 나기 때문에 부담이 된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청래 전 의원은 최근 한 방송에 출연해 탁현민 행정관과 직접 통화했다며, 탁 행정관이 밝힌 ‘청와대를 떠나지 못하는 5가지 이유’를 설명했다. 첫 번째로 월급 문제가 있다. 정 전 의원은 “탁 행정관 연봉이 약 6000만원 정도다. 청와대 와서 공연예술 쪽에서 일하려면 그 업계에서 최소 10년에서 15년 경력이 필요하다”며 “하지만 그 월급 받고 올 사람이 없다고 한다”고 말했다. 임기가 보장되지 않고,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는 것도 부담이다. 오전 6시30분까지 출근하고, 주말에도 일해야 하는 업무 강도도 후임을 찾는 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정 전 의원은 “정권이 바뀔 수도 있어 위험성이 크다”며 “탁현민 행정관도 그래서 자포자기했더라”고 덧붙였다. 다만 탁 행정관의 능력에도 불구하고, 사의를 표한 직원의 업무 열정 저하를 고려하면 새로운 의전비서관 선임과 동시에 탁 행정관도 교체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