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대출금을 갚기 어려운 취약계층은 연체 전이라도 만기 연장·이자 탕감 혜택을 받을 수 있다. 1000만원 이하의 소액 채무자는 3년 동안 성실하게 빚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가 면제된다. 또 7~10등급의 저신용자들을 위한 10%대 중후반의 ‘긴급생계·대환 자금’도 새로 생긴다.
금융위원회는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서민금융지원체계 개편 TF’ 회의를 열고 이같은 내용의 서민금융지원제도 개편방안 20개 과제를 확정·발표했다. 서민금융지원체계가 새롭게 바뀌는 건 약 10년 만이다.
우선 신용도가 낮은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상시 채무조정 지원 제도’가 도입된다. 연체 발생 이전이나 연체 발생 30일 이내에 신속한 채무조정을 지원하는 제도다. 실업·폐업이나 질병 등으로 돈을 갚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면 채권자 동의를 거쳐 만기를 늘려주거나 이자를 감액해주는 식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새로운 개인워크아웃 제도로 마련되는 이 제도는 취약차주가 저신용 굴레에 빠지지 않도록 ‘신용 회복의 골든타임’내에 채무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현행 채무조정지원 제도는 연체발생 90일이 지난 뒤 신용등급이 하락하고 연체자로 등록이 된 상태에서 워크아웃이 가능하다.
원금 1000만원 이하의 소액 채무에 대한 특별감면 프로그램도 도입, 상시 운영된다. 일례로 소득 수준이 낮아 상환능력이 떨어지는 소액 채무자가 3년 정도 성실하게 빚을 갚을 경우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또 1조원을 투입해 저신용층을 대상으로 한 10%대 중후반의 금리로 긴급 생계·대환자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기존 20%대 금리에서 부담을 대폭 낮춰주는 동시에 성실하게 상환할 경우, 매년 1~2% 포인트씩 금리를 낮춰줄 계획이다.
채무감면율도 확대된다. 현재 30∼60%인 감면율 허용 범위를 20∼70%로 늘릴 예정이다. 이를 통해 평균 원금 감면율을 현재 29%에서 2022년까지 45%로 높이고, 상환 기간도 6.7년에서 4.9년으로 단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불가피하게 연체에 빠진 채무자들이 빠르게 경제생활에 복귀할 수 있도록 유도하자는 취지다. 아울러 ‘더 갚을 수 있는 사람은 더 갚고, 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덜 갚는’ 구조로 개편하겠다는 것이다.
이밖에 서민 중심의 신용평가체계도 새로 마련된다. 금융거래를 토대로 한 현행 신용평가는 중·저 신용자들의 신용위험을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구조다. 이에 금융위는 통신요금, 세금납부 등 비금융 정보와 함께 취업노력, 신용관리 노력 등 정성적 정보도 신용평가지수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가계의견을 수렴하고 재원확보방안을 마련해 세부추진 계획을 순차적으로 발표할 계획이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은 “채무에 대한 지나친 자기책임감이 재기 가능성을 떨어뜨린다”면서 “지나친 자기책임감은 추가대출을 일으키거나 채무조정 제도 이용을 지연시킨다. 채무자 친화적으로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