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특별감찰반원이었던 김태우 수사관의 ‘민간인 사찰’ 논란 이면에는 정권의 불가피한 정보 수요가 있다는 논리가 등장했다.
청와대는 연일 “정책 수립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민간 정보를 취합했던 것”이라며 “이번 사안이 과거 박근혜정부 민간인 사찰과는 다르다”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공직자 검증과 정책 수립을 위한 ‘합법적 정보 수집’과 ‘민간인 사찰’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어렵다. 특감반의 역할을 둘러싼 논쟁이 계속되는 이유다.
문재인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정보·감찰 기관의 불법 정보 수집을 막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취임 직후엔 국정원의 국내정보담당관(IO) 제도를 폐지했다. 문 대통령이나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 등이 “문재인정부에서 민간인 사찰은 없다”고 주장하는 근거다.
그러나 정보를 담당하는 일선 기관들은 정책수립 차원의 정보 수집이라는 명목하에 민간인에 대한 정보 수집 업무에 나설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목소리가 높다. 청와대는 정권 초 국정원의 인사 존안 자료를 사용하지 못해 인사 검증에 애를 먹었다. 청와대는 현재 경찰 정보에 크게 의지하고 있지만 국정원 정보에 비해 깊이가 떨어진다. 이런 이유로 과거 정부도 국내 IO 폐지를 여러 차례 논의했으나 매번 흐지부지된 바 있다.
국가정보원이 국내 정보 부서를 없앤 이후 특감반은 청와대의 유일한 정보 조직으로 남아 있다. 결국 인사 검증과 고위공직자 비위 파악을 위해 특감반원이 권한 바깥 정보까지 손을 댈 수밖에 없는 구조인 셈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정부 공직자에 대해 조사를 벌이다 보면 민간인에게 돈을 받은 정황 등도 나올 수 있다”며 “그 경우 사실관계 등을 확인하기 위해 민간에 대한 정보 수집도 필요하지만 이는 민간인 사찰은 아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안이 MB정부 때 행해진 김종익 전 KB 한마음 사장에 대한 사찰이나 박근혜정부 당시 국군기무사령부의 세월호 유족 사찰 등과는 결이 다르다는 게 청와대의 주장이다.
다만 청와대가 제시한 민간인 불법 사찰의 기준 등을 놓고 논란은 여전하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민간인 사찰은 청와대 등 권력기관 지시에 따라 정치적 의도를 갖고, 특정 민간인을 목표로 이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준도 없는 ‘정치적 의도’를 사찰 판단의 기준으로 제시한 건 자의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청와대는 김 수사관 사태가 터지기 전까지 특감반 내규도 갖추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특감반원들이 고위공직자 관련 감찰 과정에서 민간인 정보를 수집했을 때, 특감반 데스크와 특감반장 등 민정수석실 ‘내부 판단’에 따라 해당 첩보의 불법 여부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김 대변인은 뒤늦게 “법령에 규정된 직무 범위를 벗어나 민간인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사생활 정보를 비밀리에 수집, 관리하는 것”이라는 민간인 사찰에 대한 대법원 판례를 제시했지만 명확한 기준은 아니다. 여권 관계자는 21일 “민간인 사찰 기준을 청와대 내규나 법령으로 정하지 않으면 김 수사관 사태가 재발될 수도 있다”며 “문재인정부 2기 특감반은 민간인 사찰 논란을 원천적으로 막을 수 있는 업무 분장과 사찰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