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어른’ 매티스도 떠나고, “충동적인 트럼프를 막을 인사가 없다”

입력 2018-12-21 11:39 수정 2018-12-21 13:44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지난 9월 워싱턴 펜타곤(미 국방부)에서 열린 POW/MIA(전쟁포로 및 실종자) 기념행사에서 연설을 하고 있다. AP뉴시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내년 2월 말 퇴임하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시리아 내 미군 철수 발표가 매티스 장관의 퇴임에 결정적 계기가 됐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백악관 어른’으로 불리던 매티스 장관은 그동안 트럼프 대통령과 적잖은 견해 차를 드러내온 인물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2년 동안 일한 매티스 장군은 2월 말 은퇴할 예정”이라며 “조만간 새로운 국방장관을 지명할 것”이라고 트위터를 통해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당신은 여러 문제에 대해 더 잘 맞는 견해를 가진 국방장관과 일할 권리가 있다”며 “내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게 옳다고 믿는다”고 자신의 퇴임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면서 매티스 장관은 “동맹국을 존중하면서 (세계평화에) 해로운 세력과 전략적 경쟁국에 대해선 항상 깨어있어야 한다는 내 견해는 수십년 간 유지됐다”고 했다. 이어 “그는 미국은 안보와 번영 등 우리가 지켜야 할 가치에 가장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국제 질서를 위해 모든 것을 해야 한다. 우리는 동맹국과의 연대를 통해 강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와 중국 같은 나라 앞에서 미국은 모호함을 보이지 말아야 한다”는 쓴소리도 아끼지 않았다.

미 언론들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의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발표가 매티스 장관의 퇴임 결정을 이끌어냈다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는 이슬람국가(IS)에 승리를 거뒀다”고 자평하며 일방적으로 시리아 내 미군 전면 철수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사임 서한에 등장하는 ‘해로운 세력’은 IS를 지칭하는 것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워싱턴포스트는 “트럼프는 미군 철수 발표 때문에 매티스를 잃었다”고 보도했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의 사임 서한.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과 매티스 장관은 다른 문제들에 대해서도 자주 의견이 충돌했다.

매티스 장관은 지난해 북한 핵 실험에 따른 북·미 갈등 국면에서 강력한 군사력을 통한 외교적 해법을 주장했고, 최근 북한 비핵화에 회의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나와 김정은은 잘하고 있다”고 말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북한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매티스 장관은 한·미 연합훈련 중단 방침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매티스 장관은 중앙아메리카 이민자 행렬(Caravan·캐러밴)을 저지하기 위해 미국과 멕시코 국경에 현역병을 배치하는 트럼프 행정부 방침에도 겉으론 침묵을 지켰지만, 백악관 내부에선 우려를 표명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 때문에 두 사람 사이에선 파열음이 계속 나왔다. 백악관 난맥상을 폭로한 밥 우드워드는 그의 책 ‘공포’에서 “매티스 장관이 트럼프 대통령에 대해서 초등학교 5~6학년 수준의 이해력과 행동을 보인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0월 CBS방송프로그램 ‘60분’ 인터뷰에서 매티스 장관이 내각을 떠나는지 묻는 질문에 “나는 그가 일종의 민주당원(sort of Democrat)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는 행정부를 떠날 수 있다. 그것이 워싱턴”이라고 말했다. 매티스 장관을 교체할 수 있다는 의중을 숨기지 않은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초대 국방장관인 매티스 장관은 신중한 스타일의 안보 전략으로 백악관 안팎에서 신망이 두터운 인물이다. 그가 전격 퇴임을 발표하면서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 방침에 대한 반발이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온다. ‘백악관 어른들의 축’이었던 렉스 틸러스 전 국무장관, 존 켈리 비서실장, 매티스 장관이 모두 떠나면서 충동적이고 예측 불가한 트럼프 대통령을 막을 인사가 더 이상 없다는 우려도 있다. AP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의 강경하고도 가변적인 정책을 수습하기 위해 2년 간 고투를 벌인 매티스 장관이 결국 떠나게 됐다”고 보도했다.

조민아 기자 minaj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