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의 핸드폰 통화음은 의미심장하다. 김 위원장은 지난 11월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사의를 표하자 통화연결음을 비지스의 ‘Don`t Forget To Remember(잊지 말고 기억해요)’로 바꿨다. 장 전 실장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지난 20일 세종시 인근 음식점에서 열린 기자단 송년 간담회에서 내년 1월 바뀔 통화연결음 선곡 계획을 밝혔다. 김 위원장이 다음 통화연결음으로 정한 곡은 사이먼 앤드 가펑클의 ‘Sound of silence(침묵의 소리)’다. 그는 이 곡을 소개하며 “우리 사회가 두 개로 쪼개져 같은 한국말을 쓰지만, 소통 자체가 불가능한 사회로 되돌아간 게 아닌가 하는 안타까움을 많이 갖고 있다”고 말했다. 카풀, 최저임금제 등 사회적 갈등을 내년에는 제대로 소통해 풀어보자는 의지가 담겨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지난해 연말 기자단 간담회에서 재벌개혁은 ‘혁명’이 아닌 ‘진화’가 돼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통화연결음을 ‘베르사유 궁전’(The Palace of Versailles)으로 바꿨다. 이 곡은 영국 출신 가수 알 스튜어트의 노래로, 혁명의 덧없음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있다.
김 위원장은 윤종원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8월 외신 인터뷰에서 “재벌개혁이 상당한 진전이 있었다”고 평가한 것과 관련해 “과장되게 말했다고 생각한다”고 이견을 피력했다.
김 위원장은 “아직도 (재벌개혁의 갈 길은) 멀고 멀다”라며 “다만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 사전규제 입법으로 밀어붙이는 방식으로 가지는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성규 기자 zhibag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