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한 전 남편에게 무참히 살해당한 이른바 ‘등촌동 살인사건’의 피해자 딸이 21일 열리는 1심 첫 재판에 앞서 심경을 전했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20일 올린 글을 통해서다.
피해자의 세 딸 중 한 명인 A씨는 “지금까지 많은 분이 청와대 국민청원에 동참해주셨고, 일면식도 없는 저희를 위해 많은 분이 길거리 서명운동에 참여해줬다”며 “저희에게 큰 힘이 됐다. 감사하다”고 적었다.
이어 “오늘은 어머니가 돌아가신 날로부터 60일이 되는 날”이라며 “가족들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A씨는 “가해자(A씨 아버지)가 돌아가신 어머니와 우리 가족 중 누구를 죽일까를 놓고 저울질했다더라”면서 “이 때문에 가족들은 또 한 번 불안에 떨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내일 첫 재판이 열린다. 저는 아직도 그 살인자가 두렵다. 하지만 제 가족과 사랑하는 어머니를 위해 끝까지 싸우겠다”고 말했다.
A씨의 부친 김모(48)씨는 지난 10월 22일 서울 강서구 한 아파트 주차장에서 전 아내인 이모(47)씨를 흉기로 마구 찔러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당시 경찰은 현장 CCTV를 종합해 범행 당일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의 범행이 벌어진 장소가 아파트 주차장이었던 터라, 이 사건은 ‘강서 주차장 전처 살인’이라고도 불렸다.
김씨가 체포된 후 A씨는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아빠를 꼭 사형시켜달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김씨가 결혼 생활 내내 이씨를 폭행해왔고, 범행 수법이 잔혹했던 점을 지적하며 “아버지를 사회에서 영원히 격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경찰 조사 과정에서 김씨가 범행을 위해 이씨 차량에 위치 추적이 가능한 GPS를 몰래 부착하고, 범행 당시 가발을 쓰는 등 치밀하게 계획한 정황이 드러나 국민적 공분이 일기도 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부장판사 심형섭)는 21일 오전 10시40분 406호 법정에서 김씨에 대한 살인 및 위치정보법 위반 혐의 1차 공판을 진행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달 1일 김씨를 서울남부지검으로 송치했고, 검찰은 같은 달 20일 김씨를 살인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검·경 조사에서 범행을 대체로 시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