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금·연봉조차 구분않고 주먹구구 발표’ 옵션 내용 밝힌 구단 ‘0’

입력 2018-12-21 09:26 수정 2018-12-21 10:15

10개 구단의 외국인 구성 작업이 거의 마무리되고 있다. 두산 베어스가 외국인 타자 신규 영입 작업을 남겨두고 있고, KT 위즈가 멜 로하스 주니어(28)와의 재계약만을 앞두고 있다. 그런데 10개 구단이 외국인 선수 재계약이나 신규 영입을 하면서 계약 금액을 발표하는 방식이 각양각색이다.

두산은 20일 조쉬 린드블럼(31)과의 재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계약금 7만 달러, 연봉 170만 달러, 인센티브 15만 달러 등 최대 192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밝혔다. 세스 후랭코프(30)도 마찬가지다. 계약금 5만 달러, 연봉 110만 달러, 인센티브 8만 달러 등 최대 123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다른 구단에 비해 항목별로 구체적으로 밝힌 편이다. 다만 인센티브의 구체적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SK 와이번스는 지난 14일 제이미 로맥(33)과의 재계약을 발표하면서 ‘총액 130만 달러(연봉 105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라고 표시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 앙헬 산체스(29)와의 계약 때도 ‘총액 120만 달러(연봉 95만 달러, 옵션 25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구체적인 옵션 내용은 없다.

한화 이글스는 워익 스폴드(28)와 채드 벨(29)의 영입 소식을 전하며 각각 계약금 30만 달러와 연봉 7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 계약금 20만 달러와 연봉 40만 달러 등 총액 6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제라드 호잉(29)과의 재계약 발표 때는 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 등 총액 140만 달러의 조건이라고 밝혔다. 옵션이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았다.

넥센 히어로즈는 제이크 브리검(30)과 재계약했다. 발표문을 보면 ‘연봉,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액 90만 달러’라고 되어 있다. 제리 샌즈(31)와의 재계약 내용도 ‘연봉,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액 50만 달러’라고만 했다. 새로 영입한 에릭 요키시(29) 영입 때도 ‘연봉, 인센티브를 포함해 총액 50만 달러’라고 표기했다. 연봉이 얼마인지, 인센티브가 얼마인지 분류조차 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 발표한 것이다. 물론 인센티브의 구체적 내용도 없다.

KIA 타이거즈는 조 윌랜드(28)와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제이콥 터너(27)와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 제레미 해즐베이커(31)와는 ‘7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에 계약했다고 발표했다.

삼성 라이온즈는 지난 19일 다린 러프(32)와의 재계약 소식을 전했다. 사이닝보너스 10만 달러, 연봉 130만 달러, 인센티브 30만 달러에 사인했다고 발표했다. 그러면서 올해의 경우 사이닝보너스 30만 달러, 연봉 120만 달러, 인센티브 20만 달러를 받았다고 했다. 150만 달러라고 알고 있었던 러프의 올해 연봉이 170만 달러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

삼성은 앞서 덱 맥과이어(29)를 신규 영입하며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성적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는 25만 달러, 최대 가능 총액은 95만 달러라고 했다. 저스틴 헤일리(27)와는 계약금 10만 달러, 연봉 55만 달러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밝혔다. 성적에 따른 별도의 인센티브 25만 달러가 포함될 경우 최대 가능 총액은 90만 달러라고 했다. 물론 구체적인 인센티브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다.

롯데 자이언츠는 카를로스 아수아헤(27)를 연봉 55만1000 달러에 영입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이적료가 발생했다는 내용은 보도자료에 포함되어 있지 않았다. 지난 9월 KBO 이사회는 외국인선수 제도의 고비용 계약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한 경쟁 유도를 위해 신규 외국인선수의 계약 금액을 연봉(옵션 포함)과 계약금, 이적료를 포함해 총액 100만 달러로 제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여기에 이적료 항목이 있음에도 롯데는 밝히지 않은 것이다.

롯데는 또 브룩스 레일리(30)와의 재계약 발표 때는 ‘올해와 같은 연봉 117만 달러(성적에 따른 옵션 별도)’라고 밝혔다. 옵션 금액이 얼마인지조차 밝히지 않았다. 제이크 톰슨(24)과의 계약 내용은 ‘총액 90만 달러(연봉 76만 달러, 옵션 14만 달러)’라고만 밝혔다.

LG 트윈스는 토미 조셉(27)과의 계약 내용이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70만 달러)라고 밝혔다. 반면 케이시 켈리(29)와는 옵션을 포함해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3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1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물론 옵션의 내용은 알 수 없다.

KT 위즈는 윌리엄 쿠에바스(28)와는 ‘연봉은 계약금 포함 총액 67만 달러’, 라울 알칸타라(26)와는 ‘연봉은 계약금 포함 총액 65만 달러’라고만 표시했다. 계약금과 연봉조차 구분하지 않고 발표한 것이다.

NC 다이노스는 크리스티안 베탄코트(27)와의 계약 소식을 전하면서 총액 100만 달러(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50만 달러, 옵션 30만 달러)라고 발표했다. 에디 버틀러(27)와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80만 달러 등 총 100만 달러 규모라고 적시했다. 드류 루친스키(30)와는 계약금 20만 달러, 연봉 60만 달러, 옵션 20만 달러 등 총액 100만 달러라고 밝혔다. 구체적인 옵션 내용은 없다.

종합해보면 옵션 내용을 구체적으로 밝힌 구단은 한 곳도 없다. 심지어 계약금과 연봉조차 분류하지 않은 채 발표한 구단도 있다. 이적료 자체를 공개하지 않은 것은 추후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이다.

KBO는 외국인선수의 계약 규정 위반 시에는 해당 계약은 무효로 하고 선수는 1년간 참가활동을 정지하며 구단에는 다음 연도 1차 지명권 박탈과 제재금 10억원을 부과하기로 했다. 과연 KBO가 이번에는 제대로 된 조사를 통해 구단의 부정확한 보고 내용의 문제점을 찾아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또다시 솜방망이 처벌로 넘어간다면 구단들이 스스로 정한 100만 달러 상한선 자체에 대한 신뢰도는 일거에 무너질 것이다.

김영석 기자 ys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