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 길 건너 상가들은 크리스마스에 연말분위기로 들떠 있지만 여기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그 어느 때보다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어요.”
“지금은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별로 없는 것 같아 조금은 서운해요.”
20일 오전 9시쯤 찾은 경북 포항 흥해실내체육관 앞은 인적이 뚝 끊겨 있었다.
이곳에서 지난해 포항지진으로 때 아닌 피난살이를 하고 있는 주민들을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조심스럽게 체육관 안으로 들어서자 때 아닌 검문(?)이 있었다. 자원봉사자로 보이는 분이 일일이 신분증을 검사하고 취재요령까지 일러주었다. 그 동안 주민들이 겪었을 고충이 피부로 파고드는 듯 했다.
체육관 실내는 추위보다는 건조한 공기와 메케한 먼지 냄새 등으로 인해 숨쉬기에도 불편했다. 어른 2명 정도가 겨우 몸을 누울 수 있는 6.6㎡(2평) 크기의 텐드는 이제 빛이 바래고 낡아서 교체가 시급해 보였다.
2층으로 올라서자 플라스틱과 스티로폼으로 만든 작은 화분들이 위태롭게 자리를 지키고 있어 눈길을 끌었다.
병원치료를 위해 외출준비를 하던 신순옥(69·여)씨는 “지진이 나고 처음부터 이곳에서 생활하고 있는데 요즘은 잠도 제대로 못자고 사람들이 별로 없어 무섭기까지 하다”고 하소연했다. 또 “사람들을 만나면 아직도 체육관에서 그러고 있느냐고 그런다. 그래서 사람 만나기도 싫다”며 “하루라도 빨리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다”고 말했다.
지진이 발생한지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직접적인 피해가 많았던 흥해체육관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에게 지진은 아직도 진행형이다.
지진 직후 1천여명이 이곳에 거주했는데 지금은 등록가구가 100여가구, 텐트에서 먹고 자며 생활하는 사람은 30여명 정도다.
남아있는 이재민 대부분이 한미장관맨션과 개인주택에 거주하던 사람들이며 안전진단에서 건물을 '반파'로 판정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내몰려 있다.
체육관에서 생활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나이 드신 분이 많아서 텐트에서 맞는 두 번째 겨울이 벌써부터 걱정이다. 지금도 감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고 입을 모았다.
TV를 보던 박원규(63)씨는 “처음에는 포항시에서 지원도하고 관심을 가졌지만 지금은 전혀 그렇지 않다”며 “여기서 생활하는 대부분 사람들이 감기에 걸렸다. 나이 많은 분들이 직접 쓸고 닦고 청소를 하고 있지만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지진발생 1년이 훌쩍 넘었지만 원인규명과 정부의 대책이 나오기까지 체육관 텐트에서 생활하는 갈 곳 없는 주민들의 고충은 날로 더해가고 있다.
포항=안창한 기자 changhan@kmib.co.kr